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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릴 때 배운 고사성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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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릴 때 배운 고사성어 하나

입력
2004.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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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때부터 가을 초입까지 나와 동생은 거의 매일 마을 앞 도랑을 뒤졌다. 쪽대로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술을 거르고 곡식 가루를 치는 체를 들고 다녔다. 또 옆에는 동생이 고기를 담을 주전자를 들었다.어느 날 고기를 잡은 다음 길가에서 노느라, 고기를 잡던 체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주전자만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놀던 곳에 다시 가니 이미 없어진 다음이었다.그날 저녁 내내 집안에서 놀림감이 되었다. 저녁식사 때 할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옛말에 득어망전(得魚忘筌)이란 말이 있다. 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어버린다더니, 오늘 네가 꼭 그 띠를 했구나. 그게 고기를 잡으러 가던 길이었으면 잊지 않고 잘 챙겼을 텐데, 고기를 다 잡고 난 다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니 잊어버린 게지.”

그게 나처럼 그냥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쓰는 말이 아니라, 일단 어떤 목적을 이루고 나면 그 동안 옆에서 애쓴 사람들의 은혜를 감사하게 여기기는커녕 자신이 그런 도움과 은혜를 받았다는 것조차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야말로 한 세상 살아가며 너무도 많은 통발을 자주, 그리고 쉽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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