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아파트의 조망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고법 판결이 나와 조망권 인정의 기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일반 주거용 건물의 조망권이 쟁점이 된 다른 사건에서 조망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23부(김경종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리바뷰 아파트 주민 19명이 "아파트 앞에 LG아파트가 건설돼 한강 조망권이 침해됐다"며 LG건설과 이수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아파트 시가 하락분과 위자료 등 모두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입주자가 단순히 조망에 애착을 갖고 있는 정도를 넘어 주택의 장소적 가치가 조망 이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 법적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다"며 "한강변 아파트에서 바라보이는 경관은 미적ㆍ정신적 측면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ㆍ경제적 측면에서 조망 가치가 매우 크고 조망권 프리미엄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형성되는 등 부동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13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주민 31명이 제기한 조망권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6,4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린 원심을 일부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재판부는 "원고들의 아파트가 특별한 경관을 가지고 있지 않고, 단순히 새 아파트 건설로 전망이 종전보다 나쁘게 된 것에 불과해 조망이익을 법적으로 보호할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조망권 침해는 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은 경우에 한정해야 하며 이는 피해건물의 위치, 구조, 조망정도 등 전체적인 상황과 가해건물의 고의성, 조망이익의 보호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1997년 7월 봉은사 사찰 조망권 판례를 유지한 것이나, 서울고법의 한강 조망권 판결과는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연결해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조망 이익'의 객관적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건설사측은 "조망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 도심에 새로 짓거나 재개발로 기존 건물보다 높게 올리는 건물은 대부분 해당될 것"이라며 "건축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지은 건물에 배상판결을 내리는 것은 모순" 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주거용 건물의 조망권을 인정할 경우 앞으로 건축비에 조망권 보상비용이 추가돼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거주자들의 환경권을 중시해 조망권을 보다 폭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아 논란이 일고 있다. 조망권이란 아름다운 자연 또는 역사ㆍ문화적 풍물 등의 경관을 조망해 만족감이나 정신적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그 동안 환경권의 일종으로 폭 넓게 인정돼 온 일조권과 달리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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