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12일 실시됐다.이번 선거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민주화 및 중국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베이징(北京) 당국의 대 홍콩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320만 일반 유권자들은 입법회 의원 60명 중 절반인 30명만을 직접 뽑는다. 직능대표 의원으로 불리는 나머지 30명은 기업체 임원이나 의사,회계사 등 19만 9,539명으로 구성된 소수의 전문가 대표들에 의해 간접 선출된다.
그러나 전문가 대표들은 대부분이 친중파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어서 선거제도 자체가 민의와는 동떨어진 ‘체육관 선거’라는 비난을 받고있다.
최종 개표결과는 13일 오전 나올 전망이지만 민주파 의원들이 60석 중 25~28석을 차지해 지금의 22개 의석보다 의석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체로 보면 절반을 밑도는 것이지만, 시민투표로 선출되는 직선의원은 민주파 당선자가 과반수를 훨씬 넘는 것으로 예측돼 사실상 민주파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투표율도 2000년의 43.5%보다 훨씬 높은 52~57% 로 예상돼 시민들의 선거열기는 어느때보다 뜨겁다. 둥젠화(董建華) 홍콩 특구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도 잇따랐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여론을 우려해 이달 초부터 갖가지 형태의 관권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왔다. 지난달 민주파의 저명한 인사 2명이 때아닌 섹스스캔들 등으로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이중 한명에게는 재판절차도 거치지 않고 6개월형이 선고됐다.
8일에는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대거 홍콩에서 친선경기를 가져 홍콩시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앞서 2~3일 베이징에서 홍콩기업인들과 120억 달러 규모의 베이징 올림픽 합작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의심받고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인권관찰’은 “중국 당국이 홍콩 언론을 위협하고 야당인사를 탄압하는 등 선거를 앞두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최근 홍콩의 인권상황은 “주권반환 이후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