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메이저 챔피언은 러시아의 틴에이저였다.12일(한국시각)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올해 19세인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가 자국 동료인 엘레나 데멘티에바(6번시드)를 2-0(6-3, 7-5)으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99년 세레나 윌리엄스(당시 17세ㆍ미국)에 이어 US오픈 여자단식 사상 두 번째 최연소 챔피언이다. 이로써 지난해까지 단 한차례도 메이저 왕관을 만져보지 못했던 러시아는 올들어 프랑스오픈(아나스타샤 미스키나ㆍ24)과 윔블던(마리아 샤라포바ㆍ19)에 이어 4대 그랜드슬램대회 가운데 3개를 휩쓸었다.
174㎝, 73㎏의 당당한 체격인 쿠즈네초바는 러시아의 유명 사이클 선수 집안 출신. 부친은 올림픽 대표팀 감독, 어머니는 선수로 6차례 세계사이클챔피언에 등극했다.
쿠즈네초바는 “코트에서 서면 가슴으로 노래하는 가수처럼 억누를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 집안 분위기와는 달리 테니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프로에 데뷔, 단식에서 3차례, 노장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와 짝을 이룬 복식 등에서 10차례 대회 타이틀을 차지했다. 포핸드 스트로크가 위력적이고 베이스 라인 근처에서 빠른 발을 이용해 날리는 리턴샷도 일품이다.
쿠즈네초바는 이날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테이프를 칭칭 감고 나온 데멘티에바를 상대로 자신의 주특기인 포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1세트를 6-3으로 따냈고, 2세트도 7-5로 승리했다.
뉴욕시간으로 11일 저녁에 열린 결승전에서 두 선수는 3년전 9ㆍ11테러로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NYPD(뉴욕경찰서)’ ‘FDNY(뉴욕소방서)’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왔고, 가슴에는 최근 발생한 러시아의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뜻에서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한판 남자 단식에서는 세계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레이튼 휴이트(4번시드ㆍ호주)가 패권을 다투게 됐다. 페더러는 이날 준결승에서 팀 헨만(5번시드ㆍ영국)을 3-0으로 꺾어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 우승에 이어 한 시즌 그랜드슬램 3관왕에 더 다가섰다. 2001년 US오픈 챔피언 휴이트는 요아킴 요한손(28번시드ㆍ스웨덴)을 3-0으로 누르고 결승에 합류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