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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학자 고구려사 공동대응 다짐/"고구려는 외세 맞선 당당한 주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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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학자 고구려사 공동대응 다짐/"고구려는 외세 맞선 당당한 주권국"

입력
2004.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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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소리 높이 자랑할만한 동방의 천년강국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당당한 주권국가였으며 인류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문명국이었다.”11일 금강산 관광지 내 온정각에서는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역사이고, 앞으로 영원히 우리의 것”이라는 남북 역사학자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고구려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열린 남북 공동 사진전시회와 학술토론회는 남북학자들이 처음으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공동대응원칙까지 천명한 뜻깊은 자리였다. 12일까지 계속된 행사는 김일성 전 주석 10주기 조문거부 여파로 북측이 7, 8월 예정됐던 남북 공동행사를 일절 거부한 가운데 어렵사리 성사돼 의미가 각별했다.

남북 역사학자 200여명이 참석한 학술토론회에서는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과 허종호 조선역사학회 위원장의 축하연설에 이어, 남측의 최광식(고려대) 공석구(한밭대) 서영수(단국대) 교수, 북측의 손수호 고고학회 위원장, 리영식 김일성종합대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했다.

남북의 발표자들은 “고구려는 기원전 277년 세워진, 고조선의 계승국으로 668년까지 근 1,000년간 존재하며 동서 6,000리, 남북 4,000리의 영토를 자랑한 대국이었다”며 “고구려는 황제국가로 독자 연호를 쓰고, 여러 제후국을 거느리고, 외세 지배를 배격하며 자주권을 당당히 행사했다”고 평가했다.

학자들은 또 “고구려의 틀을 왜소화하고 벽화 내용을 놓고 그 어떤 문화적 영향관계를 운운하거나 심지어 고구려를 ‘지방정권’ ‘속국’이라며 고구려에 대한 외세 침략을 소수민족 통합을 위한 ‘국내 전쟁’으로 보는 것은 공공연한 왜곡”이라고 중국의 역사 왜곡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채택한 공동발표문에서는 “고구려 역사를 지켜나가는 것은 민족의 존엄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며 “누가 왜곡한다고 달라지거나 부정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민족사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또 “민족끼리 힘을 합해 역사를 지켜나가자”는 원칙 아래 남북 역사학자협력을 강화하고, 고구려사 연구를 심화하며, 고구려사의 실체와 연구성과를 해외에 널리 소개ㆍ선전하자는 대응책까지 마련했다.

토론회와 함께 열린 고구려 고분 사진전시회에서는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전체 63기의 북한 소재 고구려 고분 중 벽화고분 15기의 사진 70점이 전시됐다. 전시장에는 ‘우리 민족의 자랑인 고구려 역사를 지켜나가자’는 구호가 붙어 그 동안 북중관계 때문에 북한이 중국의 역사왜곡 비판에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우려를 씻기에 충분했다.

학술토론회와 별도로 12일에는 침뜸 등 한의학과 공학 분야의 남북 전문가들이 만나 북측 고려의학원 침구연구소 전문가의 시술을 보고, 남북 사회기반시설 기술협력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남북학술교류협회는 “남북 역사학계가 기존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면서, 중국의 역사왜곡에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범수기자bskim@hk.co.kr

/금강산 조선중앙통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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