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까지 물이 차기는 제주도에 집 지은 지 50년 만에 처음입니다.”12일 오전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서 흙탕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강모(55)씨는 넋나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라산 경사면을 따라 발달한 건천(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하천)으로 인해 물이 바다로 잘 빠져 웬만한 태풍에도 끄떡 없던 제주도가 기습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1일 새벽부터 만 하루사이 제주에는 남제주군 표선면 토산리 415㎜를 최고로 제주시 223.5㎜, 성산포 196㎜ 등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북제주군 구좌읍사무소 일대에는 11일 시간당 117.5㎜의 비가 쏟아져 1927년 제주에서 관측된 시간당 105㎜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폭우로 가옥 589채와 상가 49채가 침수되고 2만2,000여마리의 가축과 양식장 어류 333만 마리가 폐사했다. 또 농경지 7,425ha가 물에 잠기고 비자림 진입로 등 도로 12곳이 유실돼 12억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3일에도 전국이 흐리고 한두차례 비가 오겠으나 중부지방은 오후부터 갤 전망이다. 13일까지 지역별 예상강수량은 서울ㆍ경기ㆍ충청ㆍ호남ㆍ제주 20~60㎜(많은 곳은 80㎜ 이상), 강원도는 10~30㎜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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