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 투명성 의혹이 13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제48회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례 이사회에서 거론될 전망이다. 이 회의의 핵심은 2000년 우라늄 농축 및 1982년 플루토늄 추출 등 한국의 미신고 핵 관련 실험에 대해 IAEA 핵안전조치협정 상의 안전조치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다.물론 이번 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유엔 안보리 회부 여부가 바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이달 초 문제의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저간의 경과보고 및 이에 대한 우리측의 해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 회부 여부는 IAEA의 11월 정례 이사회에서 본격 논의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IAEA가 가벼운 안전조치 위반이라고 판정하면 유엔 안보리에 자동으로 보고되지는 않겠지만, 위반의 의도성이 강조될 경우에는 사태가 심각해 진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결과에 대한 예단 없이 사실관계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라늄 분리실험의 경우 실험 자체는 위반사항이 아니지만 신고하지 않은 우라늄을 실험에 동원한 점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또 플루토늄 추출실험은 신고서 작성상에 오류가 있었지만, IAEA 측에 즉각 신고되지 않은 점 등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가 10일 IAEA가 한국이 6년 여 전부터 핵실험을 실시했고 교묘하게 사찰을 따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한국의 핵 의혹에 대한 국제적 분위기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존 볼튼 미 국무부 군비관리·국제안보담당 차관도 "우리는 결코 이중기준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는 등 미국의 입장도 그리 녹록지는 않다.
물론 IAEA가 11월 이사회에서 안보리 회부를 결정하더라도 그 수위는 단순한 '접수 후 유의(take-note)'에서 필요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까지 아주 다양하다.
과거 루마니아의 경우 차우셰스쿠 정권때의 우라늄 분리실험이 다음 정권에 의해 발견돼 IAEA에 신고됐고, 사찰을 거쳐 유엔 안보리에 '참고' 사항으로 보고됐으나 안보리에서 특별한 조치 없이 사건이 종료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IAEA 및 국제적 분위기를 감안해 무엇보다 장기적인 핵투명성 제고에 진력할 태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관계자는 12일 "지난 2월 한국의 IAEA 추가 의정서 가입에 따라 그 이행상태에 대한 사찰에 대비해 내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417억원을 예산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南 핵물질 실험이어 北 폭발사고까지… 6자회담 "시계 제로"
원자력연구소의 핵물질 실험에 이은 북한 양강도의 폭발사고로 9월 중 4차 북핵 6자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북한은 핵물질 실험을 6자회담 개최와 연계시킬 방침을 밝히고 미국에서 북한의 핵실험설이 떠돌던 가운데 실제 북한에서 폭발사고까지 겹쳐 한반도 핵문제가 전반적으로 방향을 잃은 듯하다.
북한이 핵물질 실험을 6자회담과 연계하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회담개최에 임박한 강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6자회담 개최문제와 연결시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가 북한의 회담불참을 확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사건 초기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를 통해 "미국은 핵관련 이중잣대를 사용하지 말라"며 반응을 자제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자세다. 북한은 이로써 6자회담이 무산되는 경우 한국과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6자회담의 걸림돌'이 돼버린 정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2일 "이번 사안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과정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아니라고 믿으며, 여타 참가국들도 이 문제가 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북한은 조속한 부응을 당부한다"는 논평을 냈다. 한 대사의 발언에는 특별히 대응하지 않던 정부가 즉각 논평을 낸 것은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도쿄에서 끝난 한미일 3자 협의회에서는 이런 정황으로 협의의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핵물질 실험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회담일정 등의 구체적 논의사항에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외신들은 3국이 실무회담을 열지 않기로 함에 따라 본회담 개최도 물건너갔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3자 협의회에 참석했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12일 중국을 방문,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강도 폭발사고는 6자회담의 성사를 설상가상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 정가에선 최근 북한이 10월 중으로 핵실험을 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이런 와중에 실제 폭발사고가 발생함으로써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상당히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 사고일 경우에도 피해복구 과정이 6자회담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혼란만 가중되는 상태에서 회담이 개최더라도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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