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폭발사고의 원인은 뭘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8일 밤에서 9일 새벽 사이 김형직군에서 '땅의 흔들림이 있었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게 현재까지 입수된 정확한 정보다. 하지만 대형 버섯구름이 관측됐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핵실험설도 제기되는 등 폭발 원인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핵실험 가능성 낮아
정부는 일단 핵실험보다는 단순 대형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상황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외신 보도와 달리 핵실험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우선 양강도 김형직군의 경우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유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외교분쟁을 자초하면서 접경지역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핵실험이 이뤄졌다면 한반도 지형상 낙진 등이 관측돼야 하나 사고 후 사흘이 지났어도 포착된 사실이 없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한반도 상공의 경우 미군 위성에 의해 24시간 내내 감시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상행동은 즉시 감지될 수밖에 없지만 이 같은 이상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형 버섯구름이 핵실험의 근거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용천역 폭발사고 때도 버섯구름이 관측되는 등 대형 폭발 후에는 버섯구름이 관측되기 마련"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폭발사고는 뉴욕타임스의 '북한 핵실험 징후설'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미 정보기관이 북한이 첫 핵무기 실험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포착,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김형직군 폭발사고가 핵실험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북한 공화국 창건일인 9·9절에 폭발사고가 발생, 일각에서는 북한이 9·9절을 맞아 일부러 핵실험을 실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미사일 폭발 가능성 제기
또 하나의 폭발 원인으로는 김형직군 영저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기지의 미사일이 꼽히고 있다. 1990년대 지하 미사일격납고 공사가 진행된 영저리 산악지대에는 미사일이 실제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의 경우 폭발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 발사나 운반과정 또는 연료교체작업이 그것이다. 그러나 영저리에는 미사일 시험발사시설이 없는데다 "미사일 발사를 앞둔 이상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정부관계자의 전언으로 미루어 발사 관련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사일 운반 정보도 입수되지 않아 운반과정의 사고도 아닌 것 같다. 따라서 미사일이 관련된 경우라면 미사일 연료교체작업 중 일어났을 가능성만 남는다. 정부 당국자는 "미사일 연료가 폭발하면 대형사고일 가능성이 높고 버섯구름도 관측된다"며 "연료교체중 미사일이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갖가지 추측 난무
이밖에도 폭발 원인이 용천역 사고와 같은 단순 철도사고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형직군은 인근 혜산에서 만포를 오가는 철도가 지나고 있고, 북한의 낙후한 철도사정으로 미뤄볼 때 용천역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화물열차 충돌에 의한 폭발도 추정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폭발사고 원인을 묻는 질문에 "김형직군에 철도가 지나는 것으로 안다"고 답해 이 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김형직군에 있는 화학공장을 비롯한 군수공장이 폭발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며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또 반(反)김정일세력의 의도된 사고라는 주장까지 일부에서 나왔지만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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