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인근에서 8일 밤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이 폭발이 북한 핵실험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폭발사고 징후가 있다는 보고가 있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폭발사고의) 규모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김종민 청와대 대변인도 "대통령도 사고 인지 후 서면으로 바로 보고받았다"며 "대형사고가 있었지만 불꽃인지, 핵실험인지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여러 가지 징후로 보아 핵실험에 의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화물열차나 미사일기지와 관련된 군수공장 등이 폭발한 것으로 보이며 주민 밀집지역이 아니어서 용천역 사고에 비해 인명피해는 적을 것 같다"고 전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NBC방송에 출연, "내가 알고 믿는 한 북한은 핵 실험을 한 적이 없다"고 핵 실험설을 부인했다.
이에 앞서 연합뉴스는 중국 베이징(北京) 소식통을 인용, "북한 정권 창건일인 9일 중국 국경과 가까운 김형직군에서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 있었다"며 "폭발 규모가 용천역 사고 때보다 더 크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또 서울외 외교 소식통을 인용, "9일 오전 11시께 직경 3.5∼4㎞ 정도의 버섯구름 형태의 연기가 관측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 폭발이 의도적인 핵실험인지 사고인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일단 단순한 폭발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강도 김형직군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지린(吉林)성 린장(臨江)시와 접하고 있는 북한 북부 산악지역으로, 영저리지역에 노동미사일 발사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12일 양강도 대규모 폭발이 미사일 관련 사고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지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으며 이번 폭발이 일어난 지역은 미국이 주목하던 곳이 아니었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AP통신 등 각국의 주요언론들도 긴급뉴스로 보도하면서 핵실험과 관련 있다는 직접적 시사는 없지만 북한이 정권 창건일인 9·9절을 맞아 핵 관련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추측을 소개했다.
한편 북한이 첫 핵무기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움직임을 담은 정보 보고가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전달됐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핵실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믿을 일련의 징후이며,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최근 4주 동안 아주 높아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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