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지난 주 국가보안법 폐지반대 투쟁 선언 이후 당 안팎에선 "박 대표의 리더십을 다시 보게 됐다"는 얘기가 많다.당초 "대표직을 비롯한 모든 것을 걸겠다"는 투쟁 수위에 대해 당내 반대가 컸지만, 박 대표는 기자회견 당일 상임운영위를 취소하고 최고 의결 기구인 운영위를 소집, 회견문을 회람케 해 형식상 추인과정을 거치는 등 치밀하게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당 내분은 일단 잠잠해졌고, 자체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도가 35%를 넘어서는 등 지지층 결집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박 대표가 수도 이전과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강경 대응 주문을 무시하고 미지근한 태도를 취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 대표의 측근들은 이를 "유연한 리더십"이라고 정의한다. 과거 제왕적 대표들이 보수파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이너 서클에 둘러싸여 반대를 위한 반대, 타성에 젖은 강경 대응에 매몰됐던 반면 박 대표는 현안마다 탄력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력 부재로 당내 측근 하나 만들지 못하는 고독한 리더십"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한 측근은 "당장은 '만만한 리더십','여성정치인의 한계' 등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있겠지만, 이제는 정치인이 대중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시대이기에 박 대표의 소신 정치가 결국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박 대표의 고전적 애국심 지상주의가 야당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과연 적합하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최근 박 대표의 성과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실책에 기댄 반사이익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은 여전한 극복 과제로 지적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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