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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 "숨이 막혀요"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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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 "숨이 막혀요" 비명

입력
200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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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국립수목원(광릉 수목원) 인근 공터에서는 이색행사가 열렸다. ‘광릉 숲 회생기원을 위한 고사목 위령제’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수목원 인근의 늘어난 차량통행 때문에 고사한 전나무,잣나무 등 수령 100년이 넘는 고목에 대한 ‘추모제’. 과연 추모제까지 열어야 할 정도로 광릉수목원의 환경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그 현장은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했다. 날로 늘어나는 차량통행에 더해 인근에 소각쓰레기 매립장,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국내최대의 수목원인 광릉수목원은 수도권의 ‘허파’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급증하는 차량, 환경 악화일로

수목원 생태의 가장 큰 위협은 광릉숲을 관통하는 국지도 98호선의 차량들.

의정부와 남양주를 잇는 지름길인 이 도로는 포천, 양주 등 인근 지역의 개발로 최근 레미콘, 트레일러, 덤프트럭 등 대형차량의 통행이 크게 늘었다. 하루 차량 통행량은 96년 4,609대에서 올해 6,505대로 40%이상 증가했다.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도로변 가로수들의 황화(黃化)현상도 심각하다.올해 7월 도로변 침엽수에 대한 수목원의 조사결과, 전체 654그루 중 24.1%인 158그루가 말라죽었고, 24.5%인 160그루는 5~10년 안으로 고사할 것으로 예측됐다.

97년 총리실이 발표한 ‘광릉숲 보전종합대책’에서는 우회도로 개설방안과 8톤 이상의 대형화물차량 통행제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유명무실하다. 우회도로의 공정은 현재 35% 정도로 지지부진하고, 관할 포천경찰서는 산림청, 경찰청 등 유관기관의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대형차량의 통과를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립수목원 식물보존과 김재현(34)박사는 “청정지역에서 300~400년 사는 전나무들이 광릉 숲 인근에서는 수령이 70~80년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경유를 주연료로 하는 대형차량의 통행 제한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소각쓰레기 매립장, 하수처리장까지

최근 남양주시는 광릉수목원 시험림에서 불과 420m 떨어진 별내면 광전리에 8만5,000평 규모의 소각잔재매립장 조성사업에 나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95년 계획 당시의 11만9,000평 보다는 축소됐지만, 이는 주민동의 절차인 입지선정위원회(개최기준 9만700평)를 막아보려는 편법이라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건교부 도시계획시설결정위원회의 심의 등 적법절차를 거쳤다는 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90년대 중반에 이뤄진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토대로 이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매립장이 들어서면 다이옥신이 지하수를 통해 수목원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포천시가 소흘읍 직동리 인근에 건설중인 직동하수처리장도 여전한 논란거리다. 수목원 후문과 불과 150m 떨어진 하수처리장 건설부지는 해오라기, 백로, 원앙새, 반딧불이 등 다양한 동ㆍ식물의 서식처. 그러나 지난해 11월 공사가 시작된 뒤 반딧불이 서식처가 소멸되는 등 크게 훼손됐다.

‘광릉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상천(52)집행위원장은 “숲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매우 어려운 만큼 수목원 주변의 환경위해시설 건설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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