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어디갔어?글 마틴 아우어·지모네 클라게스 그림/김영진 옮김
달리 발행·8,500원
‘나는 왜 매일 야단만 맞을까?’ ‘어른들이 하루쯤 없어지면 좋겠어’ ‘날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만 먹을 수 있다면…’
이런 꿈들이 아이들만의 것일까. 혹시 어른들의 착각이나 위선은 아닐까.다만 아이들이 투명해서 쉬이 그 꿈을 드러내고, 드러낸 꿈이 하도 소박해서 그 꿈에 관대해지기 때문은 아닐까.이런 의문에 공감하는 철없는 어른들과,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조숙한 아이들이 읽기에 딱 좋은 동화책이 ‘내 머리 어디갔어?’(달리 발행)다.
릴리의 별명은 ‘잃어버릴리’다. 소지품 잃어버리는게 특기다. 당연히 야단맞는 일은 일상. 엄마가 공을 사주시면서 하시는 말. “또 잃어버리면 안돼 알았지?” 릴리는 온종일 공을 들고 다니지만, 그 공에 신경이 쓰여제대로 놀지도 못한다. 집에 돌아온 릴리는 자신있게 외친다. “엄마, 이것 보세요. 공!”
하지만 그날 릴리는 공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다. 엄마의 야단에 주눅들고, 또 뭔가를 잃어버릴까 걱정이 태산 같던 릴리는 창피한 일이지만, 칼이며 삼각자며 연필이며 장갑 따위를 옷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닌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릴리는 머리를 잃어버린 채 학교에 간다.
친구들이며 선생님은 머리 없는 릴리를 쫓아내려고 하고 두려워하지만, 릴리는 편하기만 하다. 야단치는 소리들을 귀도 없고, 뭔가를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불안해 할 머리가 없으니까.
작가인 마틴 아우어는 이 책에 열 아홉편의 짧은 이야기를 담았다. 마법사의 도움으로 숙제를 하려다가 주문외기가 더 힘들어 숙제를 하고 마는 아이, 사내대장부가 되라며 늘 강요하는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들은 때로는 빙긋이, 때로는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들다가 한편 한편 읽고 나면 가슴이 싸해지는 느낌을 남긴다. 다만, 초등학생이 읽고 이해하기에는 환상소설식 기법이나 풍자의 수준이 다소 높아 보인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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