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이 상원에서도 북한인권법(North Korea Human Right Act of 2004)안을 조기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미 의회가 여름 휴회를 끝내고 개회한 지 3일째인 9일 빌 프리스트 상원 다수당(공화당) 대표는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띄웠다. 7월21일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을 상원에서 '핫라인(Hotline)'방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한 동의를 묻는 내용이었다.
핫라인 방식이란 해당 상임위의 심의절차를 생략하고 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 통과시키는 것을 말한다. 특별한 반대가 예상되지 않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때 사용되는 예외적 절차다. 상원의원 100명 모두가 이 절차에 동의할 경우 법안의 상원 통과가 완료되지만 단 1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안은 상임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하는 순서를 밟게 된다.
민주당 소속 의원에게는 이날 이메일이 전달지지 않았지만 곧 보내질 것이라고 의회 소식통은 전했다. 프리스트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의사타진에 앞서 공화당 내부의 반대 유무를 점검하기 위해 이메일 발송에 시간차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왜 이 시점에서 공화당이 예외적인 절차로 북한인권법안의 통과를 밀어붙이려 하는가에 있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북한인권법안에 반대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측도 '100% 동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의 성향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게 공화당의 노림수이다.
이 경우 공화당은 반대를 표명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공개질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미 상원의원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독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지원하자"는 명분을 가진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결국 핫라인 방식은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민주당의 반대세력을 무력화화는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선 일정상 미 의회는 10월1일부터 공식적인 휴회에 들어간다. 공화당은 일단 회기 전까지 최대한 북한인권법안의 통과를 압박하되 다음 회기로 넘어가더라도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핫라인 방식이라는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내의 북한인권단체 등이 오히려 의회 로비를 강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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