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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간승리 올림픽 외면마세요"/아테네서 17일 개막 장애인올림픽 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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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간승리 올림픽 외면마세요"/아테네서 17일 개막 장애인올림픽 선수단

입력
200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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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금메달을 따 그 동안의 설움을 날려버릴 거예요.”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체육관. 17일부터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제12회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안명훈(25) 박성현(20) 선수가 출국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뇌성마비 1급인 두 선수는 홈통을 이용해 공을 굴려 표적에 얼마나 가깝냐로 승부를 결정하는 ‘보치아’ 종목에 출전한다. 안 선수는 손이 자유롭지 못해 머리에 쓴 헤드 포인트(막대)로 공을 굴리고 박 선수도 그나마 성한 오른 손가락 하나 만으로 공을 밀어보낸다.

훈련장에는 떠들썩한 함성도 우렁찬 구령도 없다. 이상억(61) 권철현(32) 코치의 손짓과 나지막한 말소리만 체육관을 채울 뿐이다. 사영태(37) 감독은 “마땅히 훈련할 곳이 없다 보니 체육관 한켠을 빌려 눈칫밥 먹어야 하고 다른 출전 선수들과의 교류도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며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코치 2명이 먹고 씻고 자는 것까지 챙겨가면서 7월부터 78일간이나 뒹굴었다”고 말했다.

이들 뿐 아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13개 종목 82명의 선수 모두 태릉선수촌 같은 번듯한 시설 대신, 재활원 대학 청소년센터 보훈병원 등 전국 13곳에서 각기 다른 훈련장을 빌려 사용하고 숙소도 기숙사나 여관을 이용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400만∼1,500만원의 포상금을 받도록 한 국민체육진흥법이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복지진흥회는 국제대회 때마다 힘겹게 기업 후원금으로 포상금을 충당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위해 시민들과 기업이 낸 후원금은 고작 1억2,920만원. 4년 전인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때(3억3,700만원)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3억6,61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쳐 난감해 하고있다.

장애인복지진흥회 이현옥 과장은 “올림픽 후원에는 기업들이 앞 다퉈 참여했지만 불황 탓인지, 무관심 탓인지 이번 패럴림픽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시드니 때는 금메달 선수에게 200만원이라도 지급했지만 올해는 절반 밖에 못줄 것 같아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수들의 사기는 높다. 이들은 포상금이나 월 20만~60만원의 연금을 바래서가 아니라 스포츠맨으로서 조국에 메달을 바치기 위해 온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다. 안 선수는 “가슴에 단 태극기도 같고 금메달 색깔도 같으니 올림픽 때처럼 열심히 응원해주세요”라며 웃어보였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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