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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한반도 산맥 절반이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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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한반도 산맥 절반이 '엉터리'

입력
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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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교과서와 사회과부도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배우고 있는 한반도 산맥의 절반 이상은 실재하지 않거나 산줄기의 방향이나 위치 등이 터무니없는 ‘가짜 산맥’인 것으로 정부 산하기관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본학자에 의해 정립된 뒤 100년 이상 아무런 과학적 검증도 없이 사용해온 한반도의 산맥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이 조만간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9일 위성영상처리 및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법을 활용해 한반도의 지형을 분석한 결과, 현행 교과서에 수록된 14개 산맥 중 7~8곳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산맥(Mountain Range) 개념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연구원은 이번 분석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현행 산맥체계의 구체적 오류들을 바로잡은 3차원 영상의 산맥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 한편, 교육인적자원부에 지리교과서의 수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분석에 따르면 현행 교과서에 북한의 자강도 북부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있는 것으로 돼있는 강남산맥은 실제로는 아무런 산줄기조차 없는 지역이었고 평안남북도에 걸쳐 있는 묘향산맥은 지도와는 전혀 다른 남북방향으로 산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반도의 등줄기인 낭림산맥과 태백산맥에서부터 서해안 방향으로 뻗은 것으로 돼 있는 언진, 멸악, 광주, 차령, 노령산맥은 대부분 노년기 산지인 낮은 구릉만이 간헐적으로 흩어져 있는 곳으로 사실상 산맥으로 보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광주산맥과 차령산맥 사이의 강원 내륙지방과 경남 지역의 경우 높은 산봉우리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산맥을 형성하고 있으나 현행 체계에는 완전히 빠져 있다.

한반도의 지붕인 개마고원 지역도 거대한 산맥의 한 부분이지만 역시 누락돼 있는 상태다.또한 마천령, 함경, 낭림산맥이 지나는 높은 산지들에도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면서 각기 산맥을 형성하고 있으나 교과서에는 전부 누락돼 있다.

국토연구원 GIS연구센터 김영표 소장은 “산맥체계는 우리 국민들이 국토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핵심적 기준”이라며“이번 조사를 통해 국제적으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산맥체계를 만들고 산맥의 명칭도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도록 새롭게 붙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산맥체계는 1903년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二郞)가 저서 ‘조선산악론’에 발표한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나 최근 지리학계를 중심으로 일제가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이 체계를 합리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반성론이 대두돼왔다.

변형섭 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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