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와서 지난 주말 고양과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무티의 공연이 특별히 기대가 되었던 이유는 유학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1995년 여름 당시 잘츠부르크 여름 페스티발에 무티는 비엔나 필하모니와 베토벤 교향곡 3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참가했었다. 이 공연의 티켓은 값도 비쌌지만 일찌감치 매진되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한 가지 가능성은 당일 한 시간 전부터 ‘Suche Karte(표 구함)’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공연장 로비를 서성이는 것이었다.
운이 좋으면 갑자기 사정이 생겨 못 오게 된 표를 공짜로 얻거나 최소한 싼 값에라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온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경쟁심에 의한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간발의 차로 어떤 노신사로부터 표를 구했다. 그리고 그 행운은 결국 나에게 오지 않은 채 공연 시작 시간이 되고 말았다. 망연자실하며 바라본 공연 포스터 속의 그는 왠지 신비롭게 느껴졌었다.
세월이 흘러 그가 내 눈 앞에 있었다.5일 서울 공연을 보았다. 당시에 50대 중반이었던 그는 어느덧 예순 네 살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대로 그의 정열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신비로웠다.
뛰어난 예술가들에게는 저마다의 신비로운 세계가 느껴진다.간혹 상업적 이유에서나 정치적 수완에 의하여 과대 포장되는 수도 있지만 그 포장 속의 진실이 거짓이라면 그 운명이 결코 길지 못하다.
이 혼돈의 시대에 독특한 개성으로 신비감을 발휘하는 예술가들이 존재함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그 날의 공연은 감동적이었다. 그가 상상 속의 그였기 때문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고마웠다. 비바!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
/박영민 지휘자ㆍ추계예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