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과 내수침체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위환위기 때보다 더 얼어붙었다.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가 63.1을 기록, 4개월 연속 하락하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의 65.9보다도 낮아졌다. 또 이는 작년 10월 62.7을 기록한 이후 10개월만의 최저치다.
소비자 평가지수가 100을 웃돌면 6개월 전의 경기나 생활형편보다 현재가 나은 것으로 보는 가구가 더 많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가리킨다.
경기에 대한 평가지수는 51.3으로 98년 11월의 68.2보다 16.9포인트나 낮아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 겨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형편에 대한 평가지수도 74.9로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뒤의 경기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87.0을 기록, 역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00년 12월 82.2를 기록한 후 3년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며 환란 때인 98년 12월의 86.7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활형편 기대지수는 92.3, 소비지출 기대지수는 95.1로 각각 2000년 12월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다.
소득계층별로는 전계층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월평균 400만원 이상의 소비자기대지수가 91.0으로 2002년 1월 통계작성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 부자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통계청 관계자는 "내수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8월중 원유가와 공산품,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물가불안이 가중돼 소비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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