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날씨에 따라 과일 보관이 어렵고 제철이 아닌 때 과일 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궁중에선 왕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 떡으로 과일 모양을 냈다. 이름하여 ‘화과자’(和菓子)다.찹쌀과 앙금의 예술작품, 화과자가 입맛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가 제철인 화과자는 사계절이 뚜렷한 동양 특유의 계절감을 담고 있다.봄 매화, 여름 나팔꽃, 가을 국화, 겨울 대나무나 동백 등 계절별로 피어나는 꽃이나 과일, 새 같은 동물까지 갖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화과자는 살아 있는 자연을 나타낸다.그래서 화과자는 눈으로 맛보고, 입으로 먹는 예술음식이다. 향기만으로도 취하게 하고 살짝 만질 때 손 끝에 와 닿는 부드러움도 화과자만의 매력이다.
■ 화과자란
중국 당나라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 무로마치 시대(14~16세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꽃을 피운 화과자는 통칭해서 일본과자를 가리킨다. 우리가 흔히 예술작품 같은 모양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이 입혀진 것들만을 화과자라 부르는데 일본에서 이런 종류들은 상생(上生)과자로 불린다.일본에서 고급과자로 생과자가 1순위로 꼽히는데 이 중에서도 최고 고급과자 자리는 상생과자가 차지한다. 일본에서 넓은 의미로 화과자라면 상생과자를 포함, 만쥬나 센베이, 찹쌀떡 등을 모두 총칭한다.
■ 예술작품의 멋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내는 화과자는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태어난다. 계절별로 상징적인 꽃이나 동물, 과일 등으로 표현해내는 솜씨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꽃모양 화과자에는 금방이라도 벌이 날아 들 것만 같고, 나비 모양의 화과자는 언제든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일본에서도 화과자 명인과 고급기술자들은 특별 대접을 받는다.그래서 화과자가 놓인 테이블을 바라보면 한편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 하다. 천연 재료를 살려 빚어낸 데다 예술적인 모양과 색상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케 한다. 여유로운 시간에 멋스러움을 더해주는 기호식품으로, 가족간에, 이웃간에 마음을 전하고 나눌 수 있는 접대 음식으로는 더할 나위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 화과자의 맛
한 입 깨어 물면 녹아드는 부드러움, 화과자의 최대 매력이다. 단 맛을 강조한 화과자는 칼로 가지런히 썰어 먹는다. 모양을 감상하고 조금씩 맛을 음미하면서 나누는 담소는 즐겁기만 하다. 성격 급하게 한 입 통째로 먹을때는 단 맛이 강하지만 조금씩 먹다 보면 달콤하다. 화과자와 녹차는 특히 찰떡 궁합을 이룬다. 단 맛의 화과자를 한 입 베어물곤 쓴 맛의 녹차 한 모금을 들이키면 입안에 청량감이 감돈다. 커피를 같이 마시는 것도 괜찮은데 설탕을 넣지 않는 것이 요령.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임대환 부장은 “ ‘화과자는 달다’는 지적을 받곤 했는데 최근 화과자는 당도를 많이 낮춰 단 맛이 강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한다.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화과자는 보통 개당 2,000원~4,000원 정도. 재료나 모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백화점에서 주로 판매 됐는데 최근 화과자전문 카페도 등장했다. 고급 음식으로만 인식돼왔지만 최근 1,500원 정도까지 가격을 낮춘 화과자도 선보이며 대중에 가깝게다가서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한국 일본 맛 비교
화과자의 본고장 일본에서는 보통 화과자 전체를 앙금으로만 만든다. 겉에 반죽을 씌우긴 하는데 색깔이나 모양만 다를 뿐 재료는 앙금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앙금에 찹쌀 반죽을 씌우고 다시 그 위에 한천(양갱의 재료)으로 화려한 색깔과 모양을 낸 종류가 많다. 이른바 ‘한국형 화과자’다. 보통 앙금만 사용한 일본식 화과자를 앙금공예, 찹쌀 떡 위에 모양을 낸 화과자를 찹쌀공예라고 부르기도 한다. 앙금으로는 고운 적팥이나 통팥이 많이 쓰인다. 국내에서는 흰색 팥처럼 다양한 색상과 맛을 더할 수 있는 콩앙금도 많이 들어간다. 재료의 산지나 가공과정에 따라 제품의 등급이 정해지는 일본 화과자는 훗카이도산 팥과 흰색 팥을 최고로 친다.
◎소문난 명가들
● 수예당 (02)389-6431
앙금에 찹쌀반죽, 한천을 입힌 귀엽고 예쁜 한국형 화과자들을 선보인다.팥, 호박, 콩 앙금을 비롯, 인삼 가루나 백년초 앙금도 맛과 향이 색다르다. 녹차맛 양갱, 대추맛 양갱 등 고급 양갱, 케이크와 쿠키를 화과자처럼 앙증맞게 만든 ‘에또네’도 먹음직스럽다.
● 화미가 (080)682-5555
화과자의 본고장 일본 교토의 정통 상생과자(죠나마가시)를 선보인다. 찹쌀 반죽만 3시간을 넘게 하고 10번 이상 씻고 걸러낸 훗카이도산 팥만을 사용해 만든다고. 큰 복을 주는 찹쌀떡이라는 ‘다이후쿠’와 찹쌀로 떡을 얼려 말린 아라레 등도 맛볼 만하다.
● 화과방 (02)582-9240
최근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화과자 전문 카페. 여러가지 종류의 화과자가 대중적 가격인 개당 1,500원이다. 베이커리 식재료 공급회사인 대두식품이 운영한다. 일본의 제과학원 유학파인 박희진씨가 화과자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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