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다는 여우 같은 마누라가 좋다고? 낮에는 정숙하되 밤에는 요부가 되라고?남자의 이율배반은 정숙을 여성의 최고 덕목으로 치면서도 정작 요염한 여자한테 끌린다는 데 있다. ‘여우 같은’ 여자들이 이를 놓칠 리 있나.
올 가을 ‘뱀프(Vamp)룩’이 뜬다. 말 그대로 ‘요부(妖婦) 화장’이다. 티끌 한 점 없이 완벽하게 연출한 피부와 짙고 깊은 스모키 아이가 뱀프룩의 요체. 여기에 당당한 카리스마까지 갖춘 파워 뱀프룩이 21세기 훨씬 강력하고 성숙한 여성미를 한껏 뽐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씨는 “패션트렌드가 복고무드의 성숙하고 섹시한 여성미를 강조하면서 화장에서도 최근 몇 년간 종적을 감췄던 뱀프룩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해외컬렉션에서 다투어 선보인 뱀프룩은 특히 올 가을 유행색인 퍼플이나 버건디, 골드, 짙은 초콜릿색 등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표현해주는 화장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뱀프룩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완벽한 피부표현이다. 잡티나 기미 등 결점커버용 컨실러와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파우더 등을 총동원해 티끌한점 없이 매끈하게 만들어낸 피부다. 깨끗하긴 마찬가지이지만 마치 화장을 하지않은 듯 내숭을 떠는 투명 메이크업과는 달리 공들여 다듬은 티가 역력한 것이 특징.
화룡점정은 눈화장으로 찍는다. 눈화장이 번진듯한 스모키 아이(Smoky eye)다. LG생활건강 오휘 브랜드매니저 권민영씨는 “눈을 짙고 그윽하게 표현하는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펄이 든 퍼플과 골드, 브라운 색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스모키 아이는 검은색 아이라인용 펜슬 하나만 잘 활용해도 멋지게 연출할수 있다. 눈의 외곽선을 따라 검은색 아이라인을 바짝 붙여서 꽉 채워가며 바른 뒤 펜슬 끝쪽에 붙어있는 스폰지 팁으로 살살 밖으로 문질러 번진듯한 효과를 낸다. 여기에 카키나 퍼플 등 아이섀도를 살짝 덧칠해주면 그만이다.
스모키 아이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눈이 커보인다는 것. 그리고 고양이처럼 요염하고 강렬한 눈매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화장순서와는 반대로 아이라인을 먼저 그린 뒤 아이섀도를 발라야 자연스러움이 살아난다.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면서 고혹적인 뱀프화장을 위해서는 입술화장도 물기가 많아 번들거리는 립글로스 타입보다 고전적인 립스틱 타입이 좋다.
반질거리지 않으면서도 윤기가 감도는 정도. 공들인 화장 티를 내는 트렌드에 맞춰 한동안 사라졌던 립라이너(입술 윤곽을 그리는 화장연필)가 다시 부활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피부 눈 입술 순으로 화장을 마쳤다면 볼터치로 가볍게 마무리한다. 여름동안 볼을 꽉 채우는 살구빛 볼터치에 익숙해 있었다면 가을 뱀프룩을 위해서는 붉은기가 없는 베이지색으로 얼굴의 윤곽을 살리는 정도로만 그친다. 볼이 빨갛게 물든 소녀에게 안녕을 고하는 셈. 바야흐로 여자가 성숙하는 가을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