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청와대 관저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 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규명 등 정기 국회 대책 및 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폭 넓게 논의했다.2시간 20여분 동안의 만찬이 끝난 뒤 당과 청와대측은 최대 쟁점인 국가보안법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를 상세하게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우리당 천정배 대표는 "국보법 문제를 비롯한 개혁 입법 문제는 당이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개혁 입법 문제는 당이 중심이 돼서 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협의하면서 책임지고 끌고 가도록 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국보법 폐지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 대안은 형법 보완과 대체 입법 중에서 선택해 처리하라는 뜻이라고 당과 청와대측이 밝혔다. 우리당 내에 형법 보완과 대체 입법 등 두 갈래 의견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최근 형법 보완 방안만 언급했던 것과 달리 당측에 재량권을 준 셈이다.
노 대통령은 또 연기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입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걱정이 많았었는데 열린우리당이 아주 빠르게 안정되고 자리를 잡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고 당 지도부의 노고를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주요 정책을 성안할 때 반드시 당과 상의하라고 지시했으니 당이 중심이 돼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을 놓고 당 안팎에선 이부영 체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지지 표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만찬에 앞서 이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유신이나 군사독재 시절 정체성을 더 강화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고 꼬집었다. 천 대표는 '국보법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각계 원로의 시국선언에 대해 "늘 그런 분들 아닌가요"라고 반문한 뒤 "그분들 성향상 국보법 폐지를 반대할 수 있다고 보지만, 반민족행위 청산까지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만찬에는 우리당 정장선 의장비서실장, 청와대의 김우식 비서실장과 이병완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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