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9일 대표직은 물론 모든 것을 걸겠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반대 투쟁을 선언했다. 우리당이 이날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데 맞서 폐지반대라는 방패를 치켜든 것이다. 한나라당은 "바로 지금이 박 대표가 말한 대여전면전을 선포해야 하는 시기"라고 결연함을 강조했다.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밀릴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다.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보법 폐지는 친북 활동의 합법화로, 대낮에 인공기를 휘두르고 북한을 찬양하는 모든 행위가 합법화한다는 얘기"라며 '국보법 폐지=좌익'으로 못박았다. 박 대표는 이어 "정부여당이 수만 믿고 밀어붙인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투쟁 등 극단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그러나 다수여론이 개정쪽인 점을 의식, "과거 법 집행과정에 일부 인권침해의 사례가 있었다"며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고 악용소지가 있는 조항은 충분히 납득하고 안심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보법 폐지반대라는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적 개정의지를 밝힘으로써 보수 층은 물론 중간층까지 포용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법 조항을 대폭 개정하더라도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2조는 절대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날 "참칭 부분에 대해 당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분도 있고,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분도 있어 중지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며 유연함을 보였다. 원희룡 최고위원 등 일부 소장파가 2조도 개정대상에 포함하는 등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나 김용갑 의원 등 강경 보수파들은 2조를 고치는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내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조항 외에도 국보법 개정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는 워낙 크다.
20분 남짓한 회견에는 김덕룡 원내대표, 이규택·원희룡 최고위원 등 30여명의 의원이 병풍처럼 박 대표 뒤쪽을 매워 국보법 문제에 관한 한 당이 단합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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