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받고 싶어하는 관객이 너무 많다.‘슬프다’‘웃기다’가 최근 키워드가 되어 그게 없는 공연이나 영화는 파리만 날리고 있는 듯하다. 최근 공연기획자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감동을 주는 작품이 뭐냐고 물어본다. 평소 너무나 이성적이고 냉소적인 사람들조차도 웃고, 울고 싶어 안달이다. 공연 내내 내용과 무관한 애절한 음악이 흐르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웃기려 드는 강박증이 전편을 흐른다.멜로드라마는 중요한 공연의 한 장르이니 무조건 비하하자는 뜻이 아니다. 형평성이 파괴될 정도로 너무 비대해지는게 정상적 흐름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대다수 관객을 이렇게 한쪽으로 몰아가는지. 혹자는 경기가 너무 침체되어서, 혹자는 공연의 주소비층이 감성적인 젊은 여성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이성이 완전히 없어져버린 공연이나 영화를 연달아보는 것은 형벌이다. TV는 말할 것도 없다. 기호품이 주식이 되면 심각한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시절에 누구나 환상을 꿈꾸고, 이십대에 조금씩 현실을 깨닫고, 삼십대에는 냉소적, 사십대가 되면 관조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자연스런 인간 감성인데 요즘 관객 취향은 이십대부터 거의 실종되고 있다.
얼마전 흥행에 대성공한 공연을 보며 사실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 늘어지는 공연 내내 거칠게 편집된 최루성 음악이 불쾌하게 대사를 뒤덮고, 실소가 나오는 조악한 유머를 무방비로 받아들이는 관객에게서 강박이 느껴져 서글펐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주 쉬운 나쁜 공연 감별법을 적어본다.배경음악이 지나치게 난무하면 일단 의심하기 바란다. 자신없는 연출자가 음악을 업고 슬쩍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다. 몇 달 전에 끝난 음악으로 시작해서 음악으로 끝난 드라마가 그 좋은 예다. 물론 뮤지컬은 제외다.
/이지나ㆍ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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