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미군 사망자가 7일 1,000명을 넘어서자 미국 언론들은 ‘음울한 이정표’라며 개전의 정당성, 미군 운용의 허실 등을 곱씹었다. 특히 CNN CBS ABC 등 주요 방송들은 일제히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 전쟁을 놓고 공방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전사자 1,000명 돌파’라는 상징성이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저울질했다.미군 사망자는 이날 바그다드에서 미군과 시아파 저항세력 간의 교전으로 미군 2명이 숨짐으로써 1,002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6,916명(미 국방부 공식통계) 또는 7,000명 이상(CNN)이라는 부상자까지 합치면 사상자는 8,000명 선에 이른다. 오전까지만 해도 CNN은 “사망자는 999명이고 이중 753명은 전투 중 사망, 나머지는 교통사고 자살 등 비적대적 사고사”라고밝혔으며 ABC CBS는 996명, 995명으로 보도했으나 오후부터는 일제히 “1,0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의 공식 희생자 수는 990명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미군 희생이 1,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세계적 테러전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1,0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1,000명 이상의 미군 희생에 대한 특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언급이었다.
그러나 미군 희생자가 4자리로 늘어난 파괴력은 연일 가열되고 있는 대선전에서 전쟁의 정당성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더욱이 팔루자 등 이라크 곳곳에서 새로운 전선이 구축되는 상황은 미국인들에게 점점 수렁에 빠져들었던 베트남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저항세력이 이라크 중부지역을 장악하고 있음을 인정했고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당분간 이라크군이 이들에 맞서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이라크의 전황이 이번 대선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2차 세계대전이 루즈벨트 대통령의 3선 연임을 낳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는 전쟁에 이기고도 대선에 패한 경우도 많았다. 베트남전쟁은 당시 존슨 대통령의 연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10여년 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차 걸프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대선에선 졌다.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전쟁 상황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반테러 의식, 즉 미국을 테러로부터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끊임없이 내세우는 것도 바로 전쟁의 부메랑 효과를 알기 때문이다. 미군 희생자의 증가가 반전운동 등으로 이어져 케리 후보의 지지율 향상으로 이어질지, 위기의식을 고조시켜 부시 대통령에 득이 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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