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과거 한국은행 등 일부에서 제기했지만 반대 의견에 눌려 잠잠해졌다가 최근 정치권이 다시 들고 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여당은 당 차원에서 더 이상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론화 주장도 만만치 않다.리디노미네이션은 현 화폐단위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적합하지 않아 현행 1,000원 또는 100원을 1원으로 낮추자는 것으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원화 위상이 상승된다. 고액권 발행에 따른 비용을 감소시키고, 지폐의 위ㆍ변조 방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반론도 거세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 및 화폐개혁이 초래할지도 모를 사회적 불안에 대한 우려다. 더구나 극심한 불황을 탈피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예상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과연 얼마나 경제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강하다.
한 마디로 시기 상조라는 것이다. “바쁜데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이헌재 경제 부총리의 말이나 “화폐단위 변경을 거론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박승 한은 총재의 언급 등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먼저 꺼내는 것이 정치일정 등과 맞물려 중대한 경제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가볍게 넘길 성격이 아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일상 생활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예상되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한 시기에 또 다른 불안 요소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점을 정치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다만 재정당국의 판단에 따라 이 문제를 장기적 과제로 깊이 연구하고 검토할 필요성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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