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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09>라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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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09>라캉

입력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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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9월9일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80세로 작고했다. 공정하든 그렇지 않든, 라캉은 프로이트 이후 최고의 정신분석학자로 평가된다. 주체 형성의 시발로서의 '거울단계', 주체를 구성하는 세 질서로서의 '상상계'·'상징계'·'실재계' 같은 라캉의 개념들은 오늘날 정신분석학만이 아니라 인접 인문학에서도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30대 이후에 자신이 몰두한 프로이트 재해석 노력을 라캉은 '프로이트에게로 돌아가기'(retour a Freud)라고 불렀으나, 실제로 그가 구축한 학문의 성채는 프로이트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외양을 하고 있다.라캉 정신분석학의 외양을 프로이트의 것과 다르게 만든 결정적 요인은 정신분석학에 대한 라캉의 언어학적 접근이었다. 라캉은 무의식이 언어와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어는 무의식의 조건이다"라는 그의 유명한 발언은 이런 생각을 정식화한 것이다. 프로이트가 억압이라고 부른 것은 라캉이 보기에 은유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프로이트가 전이라고 부른 것은 라캉이 보기에 환유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인간 존재가 간주관성의 변증법에 다다르는 것은 시니피앙의 질서로서의 파롤을 통해서라고 라캉은 생각했다. 이 간주관성의 변증법은 단순한 생리적 욕망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제 욕망을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망에 지배된다. 이 대목에서 라캉은 알렉상드르 코제브를 통해 얻은 헤겔주의적 감수성을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언어학자 미셸 아리베는 라캉을 포함한 구조주의자들이 '시니피앙'이나 '파롤' 같은 소쉬르의 개념들을 언어학 바깥으로 끄집어내면서 그 엄밀함을 훼손했다고 비판한 바 있지만, 라캉은 이미 생전에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 '거장 중의 거장'으로 추앙받았다. 라캉의 두 번째 아내인 배우 실비아 바타유는 소설가 조르주 바타유의 두 번째 아내이기도 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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