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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 E.T. "우주 소포 왔어요" From :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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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 E.T. "우주 소포 왔어요" From : 지구

입력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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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E.T. 입니다. 22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태어났다가 2002년 디지털기술로 다시 부활한 사랑스러운 외계 생명체죠. 올해는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역시나 외계인 영화가 극장에 걸렸습니다.이번에는 무시무시한 에일리언과 프레디터가 겨루는 영화라고 합니다. 매년 외계인 영화가 끊이지 않고 선보이는 걸 보면 지구 바깥에 살아 움직이는 그 무언가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사그러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9월2일, 영국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표지에 제 이름이 나왔다고 해서 오랜만에 지구를 찾았습니다. ‘E.T.에게’라는 제목으로 미국 랏저스대 전자ㆍ컴퓨터 공학과 크리스토퍼 로즈 교수의 연구를 소개한 결과가 표제 논문으로 실린 것이죠.

읽어보니 E.T.는 저 하나만을 일컫는 단어가 아닌, 외계 생명체(extra terrestrial)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더군요. 로즈 박사는 논문에서 지금까지 외계 생명체가 우리에게, 혹은 우리가 외계 생명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로는 전파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는 편견을 깨라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우주 소포’라고 주장합니다.

발견 가능성, ‘우주소포’ 훨씬 높아

어느날 라디오를 듣다가 우주에 존재하는 미지의 생명체가 보내온 메시지를 우연히 듣게 된다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1960년부터 지금까지, 세티(SETIㆍSearch for Extraterrestrial)로 흔히 알려진 ‘외계지적생명체탐사연구소’는 우주로 향한 천체 안테나를 설치하고 외계인이 보내는 전파를 잡아내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외계 문명의 전파가 이 안테나에 도달하지 못했지요. 9월1일, 미국의 한 과학잡지가 ‘1,000광년 떨어진 별에서 온 미스터리한 시그널’이라는 제목으로 SETI가 외계인의 증거를 잡아냈다고 보도했지만 결국 기자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네이처에서 실린 논문에서 로즈 박사는 “외계 생명체와 서로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주고받는 방법으로는 전파보다 소포 형식으로 된 실물(實物)이 유용하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우주 소포’가 전파나 레이저 파동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전파는 그 특성상 멀리 뻗어나갈수록 우주 먼지 등에 의해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운이 좋아 수억 광년의 공간을 가로질러 우주 문명에 도달한다해도 강도는 매우 약해지겠죠.

또 이를 감지하는 장치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수억 년의 수고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것도 치명적 단점입니다. 그러나 우주 소포는 우주 생명체가 사는 곳은 물론 그 주위에 있는 어떤 별에 떨어지더라도 그 모양이 그대로 남아 뒤늦게라도 발견될 확률이 전파보다 훨씬 높습니다.

속도, 쌍방향성…드넓은 우주에선 무의미

로즈 박사가 꼽는 ‘우주 소포’의 또 다른 장점은 그것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나노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면 1㎏ 정도의 무게를 가진 장치에 10의22제곱비트에 달하는 정보를 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종이 문서 및 전자 문서에 포함된 정보를 모은 것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물론 이 저장 장치를 우주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천㎏ 두께의 거대한 납 상자와 많은 연료가 필요하겠죠. 그러나 연구팀의 계산에 의하면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의 정보를 전파로 쏘아 1만 광년 떨어진 별의 안테나로 전달하기 위한 비용이 10억 배나 비싸다고 합니다.

‘우주 소포’가 전파에 비해 절대적으로 딸리는 것은 바로 속도입니다. 전파 속도의 수천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속도로 머나먼 은하에 도달하려면 2,000만~3,000만년이 걸릴 테니까요. 그러나 우리 은하의 나이가 약 10조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찰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도 우주 소포로는 못하는 쌍방향 통신을 전파로는 할 수 있다’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워도 수백 광년 밖에 떨어져있다고 알려진 외계 생명체와 수명이 길어야 100년 밖에 안 되는 인간이 쌍방향 통신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구의 소리, 인류의 인사 우주 여행 중

지구인은 실제로 몇 차례 ‘우주 소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1977년 미국이 발사한 쌍둥이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Voyager) 1, 2호에는 ‘지구의 소리’라는 이름의 금으로 만든 LP가 실려있습니다.

여기엔 새소리, 폭포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각국 언어가 녹음돼 있죠. 1972, 1973년 각각 쏘아올린 우주 탐사선 파이어니어(Pioneer) 10, 11호에도‘과학적 지능이 있는’ 외계인을 위한 금속판이 실려 있습니다.

이 판에는 탐사선을 발사한 주체, 이것들이 온 곳에 대한 정보와 나체의 남성과 여성이 손을 들어 인사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답니다.

그렇다면 우주에 사는 미지의 누군가도 우리에게 이런 소포를 보내지 않았을까요? 로즈 박사는 “인간이 태양계에서 탐사한 곳은 달의 일부와 몇 개행성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우주인이 보낸 메시지가 태양계 어느곳, 혹은 지구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고 강조합니다.

혹시 길가다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작은 상자를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머나먼 외계에 사는 우리의 친구들이 지구를 향해 보낸, 작은 메시지일수도 있으니까요.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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