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의 색채를 덧씌운, 프랑스판 ‘양반전’이 세계 무대에 먹혀 들까. 국립극단의 세계명작무대 시리즈 18번째 작품 ‘귀족놀이’가 11~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오른다.프랑스 풍자희곡의 대가 몰리에르(1622~1673)의‘평민귀족’을 원작으로 한‘귀족놀이’는 몰리에르의 희곡과 작곡가 륄리(1632~1687)의 음악으로 이뤄진 17세기 원작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한국적 색채를 강화한 퓨전 스타일. 륄리의 바로크음악을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편곡해 라이브로 연주하고, 국립무용단이 극중에 등장하던 바로크발레를 학춤 칼춤 부채춤 등 전통춤으로 탈바꿈하는 등 음악 춤 무대 의상에 한국적 느낌을 입혔다.
연출을 맡은 에릭 비니에(44) 프랑스 브르타뉴 국립연극센터 소장 겸 로리앙극장 예술감독은 실험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난 연출가.“프랑스의 대표적 고전작품이지만 현대의 작품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는 그는“한국의 전통악기의 정제된 소리 자체가 바로크적”이라며 만족스러운 눈치다.
‘귀족놀이’는 벼락부자가 된 평민 주르댕(이상직)이 후작부인 도리멘느(곽명화)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귀족수업을 받으며 벌이는 소동을 다루는 코미디. 귀족사회에 편입하려는 남성을 통해 17세기 당시 싹트기 시작한 부르주아와 귀족의 허세를 풍자하는 작품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문화와 예술에 눈뜨고 채워나가는 한 남자의 꿈과 환상에 초점을 맞춘‘놀이’적 성격을 강화했다.
국립극단은 한국공연에 이어 10월11~16일에는 프랑스 브리타뉴 로리앙극장으로 무대를 옮긴다.‘피고지고 피고지고’(뉴욕),‘맹진사댁 경사(LA),‘무의도 기행’(베이징) 등을 해외 공연을 했으나, 모두 초청 또는 페스티벌 참가의 단발성에 그쳤던 국립극단이 출연료를 받고 정식으로 나가는 첫 공식 해외진출작이다.(02)2280-4115~6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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