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7일 한국을 달랬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여러 사람들이 다른 기회에 한국의 기여에 대해 커다란 사의를 표명한 것을 상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부시 대통령이 2일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라크에 참전한 미국의 동맹을 열거하면서 한국을 빠뜨린 것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백악관이나 부시 선거진영의 입장 표명이 있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비슷한 대답이 이어졌다. 바우처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는 여러 예가 있어 때론 몇 나라들이, 때론 다른 나라들이 거명되지만 그는 여러 연설에서 한국의 이라크 파병이 얼마나 소중한지, 양국의 동맹이 얼마나 긴밀한지, 양국이 최근 몇 달 몇 년 사이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했는지를 거듭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바우처 대변인은 한국이 거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수였다"거나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다른 여러 군데서 한국의 파병에 대한 사례의 표시가 있었으니 이번에 빠진 게 별다른 뜻이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
바우처 대변인의 입장 표명은 사실상 미리 준비해둔 내용이었다. 주한 미대사관측으로부터 한국 내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보고 받고 어떤 식으로든 공개적으로 미 정부의 입장을 공표하겠다는 뜻을 귀띔했었다고 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그 방식이 브리핑 때 질문이 있으면 답변하는 것으로 정해진 셈이다.
국무부측은 브리핑에 앞서 이례적으로 한국 기자들의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에 이어 이라크에 3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한 한국이 부시 연설에서 빠진 것을 두고 한국 내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자 미 정부 관계자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들은 미 정부 관리 면담 때 미측에서 이 얘기를 먼저 꺼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7일 주한미군 감축 계획과 관련,"한반도는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며 한국의 안보 공백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정권의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공백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 국무부의 '한국 달래기'를 거들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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