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my father… Really? ”(정말 저의 아버지가 맞나요) “못난 애비가 미안하구나.”친부모를 찾기 위해 지난 달 미국 줄리어드음대 친구와 함께 고향인 부산을 찾아 음악회까지 열었던 한국계 입양아 캐롤라인 존스턴(21ㆍ여ㆍ한국명 홍유진ㆍ줄리어드음대 3년)씨가 21년만에 부친을 만나 주위를 눈물 짓게 했다.
존스턴씨와 미국인 양어머니 줄리아 존스턴(61)씨는 출국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후 해운대 웨스틴조선비치호텔에서 꿈에도 그리던 친아버지 김모(53)씨와 이복언니(22)를 만나 감격의 포옹을 했다.
이날 만남은 아버지 김씨가 한 사회복지관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이뤄졌지만 김씨가 신분노출을 꺼려 비밀리에 진행됐다.
잃어버린 세월의 연결고리를 찾는 이들의 대화는 밤 11시까지 이어졌으며 태어난 뒤 곧바로 입양된 존스턴 씨가 한국말을 전혀 못하자 박서춘(43) 남광사회복지관장이 통역을 자처, 끊겼던 ‘부녀간의 정’을 잇기도 했다.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다”고 말문을 연 존스턴씨는 “언니가 있다는 사실도 나에겐 너무 큰 기쁨”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도 몰라보게 커 버린 딸 앞에서 연신 한숨만을 내쉬며 눈시울을 붉히다 가슴 아팠던 지난 추억을 하나 둘씩 풀어 놓기 시작했다.
신발공장을 운영하던 김씨는 1983년 1월 사귀던 공장 여직원과의 사이에서 존스턴을 얻었지만 공장 화재와 집안의 반대 등으로 헤어진 뒤 같은 해 2월 보자기에 쌓인 존스턴을 남의 집 앞에 두고 와야만 했다.
존스턴의 할머니(작고)가 존스턴의 이복언니를 통해 ‘동생을 꼭 찾으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에 존스턴의 음악회 개최 언론 보도를 접한 언니가 아버지를 설득, ‘엉덩이에 붉은 반점이 있지 않냐’는 확인 전화를 걸어 와 만남이 거의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김씨는 돌연 마음을 바꿔 “내가 무슨 염치로 그 애를 만날 수 있겠냐”며 만남을 아예 포기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존스턴씨가 “저 미국으로 가요. 만나기가 어렵다면 사진 몇 장 만이라도 가슴에 품고 갈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복지관측에 전달해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돌려 세웠다.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존스턴씨는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 또 보러 올께요. 그리고 어머니도 찾고 싶어요”라며 5일 양어머니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