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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유명한 농민' 佛 보베 방한/"농산물 개방은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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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유명한 농민' 佛 보베 방한/"농산물 개방은 재앙"

입력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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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시장 개방은 한국 농민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며, 결국 한국경제 전반에 재앙이 될 것입니다.”프랑스의 대표적 반세계화 운동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농민’으로 통하는 조제 보베(Jose Boveㆍ51)씨가 한국 농민단체 초청으로 8일 방한했다. 그는 이날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쌀 지키기 식량주권수호 국민운동본부’가 농성중인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으로 직행, 한국 정부의 농업개방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베씨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나름의 소신을 그대로 피력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따르는 것은 결국 미국의 강요에 불복하는 것이며, 이 기준을 따르면 미국 빼고 덕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각국 정부는 WTO 체제에 무조건 따를 게 아니라 자국민이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베씨의 이력서는 다채로운 반미(反美) 경력으로 채워져 있다. 프랑스 중산층 출신인 그는 1999년 미국의 다국적 체인점인 맥도날드 신축 공사장을 트랙터로 파괴한 뒤 반세계화 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미국의 다국적 곡물회사가 주도하는 브라질 등지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재배지를 습격해 파괴한 죄목 등으로 수 차례 수감되기도 했다.

반미 행적 때문일까. 유럽 선진국 가운데 반미 정서가 가장 높은 프랑스에서 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보베씨를 초청한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따르면 그는 한때 여론 조사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인물 중 39위를 차지, 자크 시라크(42위) 대통령을 앞서기도 했다.

보베씨는 바람직한 농업과 농업정책의 방향에 대해,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식량 문제는 경제적 논리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개방보다는 우선 국민들이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베씨는 프랑스 농민단체인 농민연대의 대변인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세계농민단체의 연대기구인 ‘비아 캄페시나’ 활동에 주력 중이라고 밝혔다.그는 “반세계화에 찬성하는 전세계 농민, 시민운동을 조직화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정치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13일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인 보베씨는 “농산물 시장 추가개방 반대를 위한 농성에 합류하고 틈나는 대로 지방의 농가도 방문, 한국 농업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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