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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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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서 흔히 겪는 당혹감 중 하나는 이런 겁니다. 이름난 문인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남겼다는 시를 들고 현장을 찾았는데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경우죠. 사실 안동과 영주여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우선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앞을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의 예를 들어볼까요.강원 태백시 함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몇해 전만 해도 대구를 지나기 전까지는 오염원이 거의 없어 맑은 물의 대열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건설된 임하댐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오거나 장마가 질 때면 하회마을을 휘감는 강은 어김없이 황토빛으로 멍이 듭니다. 특히 재작년 태풍 루사와 지난 해 매미가 지나간 뒤로는 1년 내내 누런 색을 띄고 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합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임하댐을 지을 당시 흙탕물을 처리할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상류인 영양지역에서 유입된 진흙 입자가 너무 고와 물밑으로 가라앉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등등. 문제는 이 물이 안동은 물론, 구미, 대구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정화하기 위해 많은 화학약품을 투여해야 하고, 수돗물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가중될 것이 뻔합니다. 자연 경관을 해치는 것은물론 나중 이야기입니다.

도산서원 앞을 흐르는 낙동강 일대는 안동호에 속합니다. 지금 녹조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곳은 퇴계 이황 선생이 틈날 때마다 경치를 보면서 머리를 식혔던 곳입니다. 하지만 퇴계선생이 이 광경을 보고도 그런 기분이 날지 의문입니다. 이 자리에 서원을 세우려고 했을까 하는 의문조차 들게 됩니다.

소수서원옆을 지나는 죽계천도 마찬가집니다. 내를 따라 벽돌과 시멘트로 반듯하게 정비돼있어 깔끔한 기분은 들지만 옛날만큼의 운치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죽계천을 따라 안축의 죽계별곡 시비가 세워져 있지만 지금의 모습에서 그런 시상을 떠올릴 수는 없습니다.

지난 주말 강원 인제의 곰배령을 올랐습니다. 고개를 오르는 길에 만난 계곡은 이름난 명소 계곡에 비해 명성은 덜하지만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아 오히려 더욱 운치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도 머지 않아 도로공사가 진행될것이고, 자연스런 멋은 사라지게 되겠지요.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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