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참석 행사를 앞두고 관련 가전업체에 행사비 분담 및 참석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전화를 건 사실이 7일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청와대 홍보수석실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방송 선포식'을 앞두고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L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행사 분담금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일부에서는 "양 비서관이 사실상 가전 3사에 수억원씩의 행사 분담금을 내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양 비서관은 "분담금을 내라는 압력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 비서관은 "지난달 말 삼성그룹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가전업체들이 분담금을 내는 게 어려운지, 부스 운영에 참여하기가 어려운지 등을 확인했다"면서 "행사 취지상 부스를 운영하는 가전업체들도 (예산을) 부담하는 게 맞는데 차질이 빚어져 전화를 했다"고 시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양 비서관을 불러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적절하지 못한 일 처리 방식이었다"면서 질책했다고 양 비서관이 밝혔다.
이에 앞서 양 비서관은 처음에는 "삼성 임원 L씨에게 전화했으나 실제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들은 뒤 통화 사실을 시인하며 언론에 사과해 '말 바꾸기' 논란도 일고 있다.
양 비서관은 그러나 "전화를 통해 분담금을 내라고 강박하지 않았으며 다른 기업들에는 전혀 전화를 걸지 않았다"며 "가전 업체들이 단 한푼도 분담금을 내지 않았고 전화를 받은 임원도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오지 않은 것만 봐도 압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비서관은 "행사 주관은 방송협회 등이 하는 것이지만 산업자원부 등에서 디지털 TV가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건의가 들어와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면서 "청와대가 대통령 참석 행사와 관련해 참석자 등 여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와 방송협회, 방송사와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3개 부처가 주최한 디지털 방송 선포식에 삼성전자 LG전자 이레전자 등 가전 3사는 행사장 내 부스를 운영하는 형태로 참여했으나 결국 행사 분담금을 내지는 않았다. 이번 행사의 총 경비는 8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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