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불란한 행동을 보여왔던 민주노총이 요즘 상급노조와 개별기업노조 간의 갈등으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위상강화 방침과 개별기업노조 중심으로 이뤄져온 그간의 노동운동 관행이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서울대병원노조 지도부의 징계를 오는 14일 개별병원 노조대표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키로 결의했다. 서울대병원노조는 보건의료노조의 핵심세력이어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별조직인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노조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지난달 체결한 사용자측과의 산별합의 내용이 빌미가 됐다. 서울대병원노조는 합의안 중 '임금 및 노동시간에 대한 규정이 개별병원협약에 우선한다'는 10조2항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산별합의에 만족하지 못해 병원총파업 종료 이후에도 파업을 지속한 서울대병원노조는 이 조항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산별조직을 조건부 탈퇴하겠다면서 이 조항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갖는 등 조직적인 저항을 계속해왔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집행부는 "조직적 결정에 대한 위반이며 문제제기 방식도 옳지 않아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대병원노조 위원장의 징계를 중앙위에 회부한 것이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인 박일수씨 분신사건과 관련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과 민주노총 전신인 전국노동자협의회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갈등도 깊어가고 있다.
분신대책위원회 탈퇴 등 현중노조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며 지난 3월말 중앙위에서 제명을 결의한 금속연맹은 1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제명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현중노조는 지역본부 등 상급단체가 오히려 사태해결을 방해했다며 민주노총과의 관계 재검토를 언급하고 금속연맹에 내는 조합원 연맹비도 납부하지 않는 등 반발해왔다.
현중노조는 금속연맹의 제명건 상정과 관련, 최근 기관지를 통해 "금속연맹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문제해결을 도모하겠지만 새로운 노동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한 대안세력으로의 성장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민주노총 탈퇴와 독자노선 추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개별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을 산별조직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정기구 구성 등 대책마련을 제안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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