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법원의 재벌 봐주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법원의 재벌 봐주기

입력
2004.09.08 00:00
0 0

7일 조양호 한진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404호 법정. 재판장이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조 회장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 중 항소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가 없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재경 두산 사장과 권홍사 반도 회장도 지난달 항소심에서 벌금으로 감형됐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 기업인들의 형량이 '1심 집행유예, 2심 벌금형'으로 굳어진 듯하다.몇몇 전문경영인은 1심 집행유예 선고 후 항소를 포기했다. 오너 경영인은 집행유예로 만족할 수 없어 항소하지만, 전문경영인은 그 마저 포기한다. 그 차이는 뭘까. 해답은 이날 김승연 한화 회장 재판에서 확인됐다. 김 회장의 변호인은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대한생명 임원 자격을 박탈당한다"며 재판부에 벌금형 선고를 간청했다. 현행 법규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오너 경영인들은 자신이 계열 금융회사의 임원을 맡고 있거나,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금고 이상의 형은 어떻게든 면하려 하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재벌총수나 대기업 임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이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항소심은 사실심의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1심보다 관대할 수 있다는 점이 일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항소하면 반드시 형량을 줄여주는 관행이 재판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으레 정경유착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결론은 정상참작으로 맺기 일쑤다. 깨끗한 정치를 위해 사법부가 기업인들에게도 좀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지성 사회1부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