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동북아 물류허브의 전초기지인 부산항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항과 선전항은 지난해 급부상, 2000년 이후 물동량 세계 3위를 유지해 오던 부산항을 5위로 밀어냈다. 올 상반기 물동량 증가 추이도 이 같은 추세의 고착화를 예고하고 있다.7일 한국무역협회의 ‘2004년 상반기 세계 주요 항만 물동량 현황’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의 물동량은 675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반면 부산항은 556만TEU를 처리, 중국 선전항(603만2,000TEU)에도 밀려 5위에 머물렀다.
올 상반기 물동량도 상하이항과 선전항이 각각 29.4%, 32.3%의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부산항은 1990년 3% 이후 가장 낮은 5.7% 증가에 그쳤다.
1999년 상하이항과 선전항의 물동량은 각각 부산항(644만TEU)의 65.4%, 46.4%로 세계 7위, 11위에 불과했지만 연평균 28.2%, 37.7%씩 급성장,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곤욕을 치른 부산항을 따돌렸다. 같은 기간 부산항의 연평균 물동량 증가율은 이들의 절반에도 못미친 12.8%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항만이 급속하게 시설을 확충하면서 중국과 북미ㆍ유럽간 직항로가 증가, 환적화물이 중국으로 몰려 부산항의 환적화물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산항의 환적화물 증가율은 3.7%에 머물고 있다.
또 국내 제조업이 공동화하면서 수출물량이 줄어든 데다 수출의 주력으로 떠오른 정보기술(IT) 관련 품목들은 부피가 작아 항공수출로 돌려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항만의 물동량 증가로 부산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 주요 항만의 경우 중국화물을 잡기 위해 세관 신고 없이 화물을 처리하는 등의 유인책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물류허브라는 공허한 구호만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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