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지난 2일 우라늄 분리실험 내용을 발표하자, 국내외 언론의 신속한 보도가 이뤄졌다. 공식발표 내용은 2000년 1~2월에 원자력연구소에서 방사성 물질 분리실험을 포함한 과학실험을 실시했고, 우라늄 0.2g을 분리했다는 것이다.국내ㆍ외 언론은 서로 다른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 언론은 정부발표와 해명 인터뷰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정부가 원자력의 기술개발을 투명하게 추진했고, 이번 연구는 다른 연구도중 이뤄진 일회성이라고 밝힌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또한 “국제적 파문 가능성을 축소하는 한편, 뒤늦은 정부 발표를 아쉬워했지만”(한국일보 4일자), 정부가 “우라늄 농축 의혹을 신속히 해소하고”(조선일보, 동아일보 4일자),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할것”(한겨레신문 4일자)을 촉구했다.
그러나 외국정부와 언론은 무기와 연관된 농축실험이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의 자진신고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활동에 대한 자발적 협력에도 불구하고, “해선 안될 일”(미국 정부, 2일), “유감스럽다”(일본 정부, 3일)고 말했다. 실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BBC는 2일 우리 정부의 발표내용을 “비밀실험을 인정했다”고 표현했고,뉴욕타임스는 4일 일본의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70년대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에 상응했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언론과 외국 언론은 세가지 측면에서 뚜렷이 대조됐다. 먼저 우리 언론은 원자력 보도에서 과학의 틀로 접근했다. 과학기술부가 우라늄 ‘분리실험’이란 기술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연구원들의 호기심 충족이 목적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외국 언론은 국제정치학적 시각으로 접근했다. ‘농축 우라늄’이란 정치적 용어를 사용했다. 양의 과다에 상관없이 6자 회담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우리 언론은 정부발표 위주로 보도한 반면, 외국 언론은 사실의 이면에 가공한 픽션을 덧붙였다. 주한미군 철수와 핵개발이란 억측은 원자력이라는 특수한 소재로부터 나왔다.
또 우리 언론은 원자력을 에너지로 간주했다. 원자력을 이용해 우리 전기의 약 40%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외국 언론은 무기와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우리의 원자력 이용, 관리기술이 발달한 만큼 의혹도 컸다.
이처럼 우라늄 분리실험 보도에서 우리 언론의 과학적 시각과 외국 언론의 국제정치학적 시각이 충돌했다. 국익을 반영한 보도 논조가 시각의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아무리 순수한 연구도 무기 의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발성이 강한 주제이다. 그런 만큼 우리 언론도 과학기술의 범주에서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국제정치적 이해와 전문적인 판단으로 외국 언론과 당당히 맞서야 할 것이다.
이진로/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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