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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빅 브라더 사회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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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빅 브라더 사회의 악몽

입력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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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수록된 개인정보가 민간업체의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일부 고교에서 대학 수시모집에 필요한 학생 성적 정보를 인터넷으로 대학측에 보내는 바람에 사실상 개인정보가 공개되어 버린 것이다. 교육부는 이 사건이 NEIS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 사건이 함의하는 바는 명확하다.첫째, 교육부는 NEIS의 기술적 보안이 완벽하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NEIS 역시 정보 유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둘째, 정보유출 사건의 대부분은 기술적인 해킹이 아니라 사람의 고의 혹은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의식의 확산과 법적ㆍ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2월 교육정보화위원회가 NEIS 운영을 감시ㆍ감독할 독립적 감독기구의 설치를 권고했으나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독기구 설치가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 교육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좀더 근본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ㆍ제도가 미진한 상황에서 정보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이 우리 사회에 무분별하게 도입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예컨대 대부분의 민간 업체들이 매우 민감한 정보인 주민등록번호를 아직도 필수항목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근 삼성 소속 노동자들이 핸드폰 위치추적을 통해 감시되어 왔음이 드러났듯이 핸드폰이나 버스카드 등을 통해 우리의 위치와 이동경로가 누군가에게 추적될 수 있다.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전 국민 지문 날인 정보 수집에 이어 경찰은 또 다른 생체 정보인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범죄 예방을 근거로 법적 근거도 없이 서울 강남구 거리에 CCTV를 도입한 것 역시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가 이러한 기술의 위험성에 조금만 민감해진다면 이미 우리 삶 속에 도입된 감시기술 환경으로부터 빅 브라더(세상을 감시하는 큰형) 사회를 연상하는 것은 전혀 과도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감시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이유는 효율성, 범죄 예방 등과 같은 공익적 명분이다. 필자 역시 이러한 공익적 명분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다만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정보인권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가가 문제다. 예컨대 CCTV 대신 가로등을 도입함으로써 범죄 예방 효과를 달성할 수는 없는가? 기록이 남는 신용카드 겸용 버스카드 대신 충전식 버스카드를 활성화할 수 있지 않는가? 감시기술을 도입하기에 앞서 인권 침해가 없는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감시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기술적 보안 등을 통해 인권 침해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시행하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정보 유출이 없을 것이라 공언하겠지만 정보유출이나 남용은 초기 시행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더구나 다양한 감시기술이 사회 전반에 도입되었을 때 그 위험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개인정보보호법과 독립적 감독기구(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물론 감시기술의 도입은 가능한 한 회피해야 하지만 말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침해를 구제하거나 분쟁을 조정하고,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ㆍ유통을 감독하며,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해 프라이버시 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정기 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제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립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부처 간 이해 다툼에 왜곡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원회가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병일 NEIS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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