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은 7일 "평화민주당 총재이던 13대(국회) 시절에 야3당이 합치면 과반수였는데 그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하자고 안을 낸 바 있는 점을 참고해달라"며 국보법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김 전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 386 초·재선 의원 모임인 '새로운 모색' 소속 의원 20여명의 방문을 받고 "국보법 문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80년 신군부는 나를 국보법 제1조 위반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결국) 악이 멸하고 정의가 승리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을 언급, "과거에는 국보법이 있고, 검열해서 가위질해서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며 거듭 국보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김 전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문제에 대해 "장쩌민 중국 주석도 (답방을) 약속했으면 가라고 북한에 충고를 했다"며 "이번에도 중국에 가서 고위층 인사들에게 '김 위원장이 남쪽에 가겠으며, 가면 노무현 대통령과 김 전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말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전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현대측이 돈을 제공한 것과 관련, "잘 살던 형님이 동생 집에 가면서 맨손으로 갈 수 없지 않느냐 해서 1억 달러 정도를 선물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국가예산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어 난감해 했는데 현대가 북한 통신에 대한 권리를 얻는 대가로 내놓겠다고 해서 그렇게 처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를 보면 러시아나 중국 모두 (한반도에) 야심을 가졌고, 결국 일본이 점령했다"며 "개인적으로 미국을 싫어하건 좋아하건 미국은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우방"이라고 '용미(用美)론'을 강조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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