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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억류 놓고 인질범간 내분/러시아 인질극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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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억류 놓고 인질범간 내분/러시아 인질극 숨겨진 이야기

입력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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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베슬란 인질사건의 인질범 중 일부가 어린 학생을 인질로 삼는 데 대해 크게 반발, 인질범들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났으며 이 과정에서 즉결 처형이 이루어진 것으로 7일 전해졌다.생환한 인질들과 생포된 인질범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인질범은 수많은 어린이가 억류돼 있는 데 경악하고 지도부에 거세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도부가 일부 동료들에게까지 구체적 내용을 알리지 않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사건을 저질렀음을 알려주고 있다.

인질범 내부의 동요와 반발이 거세지자 인질범 중 우두머리가 자살폭탄을 허리에 두르고 있던 체첸 여성 2명을 원격장치로 폭파시켜 반발 그룹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을 반증하듯 생포된 인질범은 “어디를 점거하는지, 인질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른 상태에서 단순히 상부의 지시에 의해 움직였다”고 변호사를 통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베슬란의 제1학교를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도 인질범 지도부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베슬란 내 학교 두 군데 이상을 후보지로 정한 뒤 최종단계에서 제1학교의 체육관이 공사가 예정돼 있었고 반(半) 지하라는 점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널빤지 시멘트 등 각종 공사자재로 위장할 경우 별 의심없이 폭발물과 무기를 실어 나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 지하라는 입지조건도 일반인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입지 조건이었다.

또 인구 4만 명의 소도시 베슬란이 군경찰 등 보안체제는 그리 견고하지 못한 대신 공항과 기간 철도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인질범들의 구미를 당겼다. 사전 누설의 위험은 적고 사건 발생 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질범들은 현장을 사전 답사한 뒤 수개월에 걸쳐 총과 탄환, 부비트랩 등을 현장 곳곳에 은닉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이 지역 경찰본부가 불과 2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당국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인질범들은 또 전문적으로 훈련된 개 2마리를 범행에 이용했다. 이들은 2002년 모스크바 인질사건 당시 당국이 독가스를 살포한 뒤 강제진압에 나섰던 것을 의식해 당국의 이 같은 작전을 사전에 감별할 수 있도록 훈련견을 끌어들였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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