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친일파로 부를 것인지는 상당히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제입니다. 친일 문제 규명을 위해서는 과거 기록을 중심으로 각각의 개인과 당시 상황을 면멸히 살펴봐야 합니다.”1985년부터 미국 하바드대에서 한국학을 강의해온 카터 에커트(59) 교수가 7일 이화여대에서 ‘한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에커트 교수는 지난 3월 이대에서 명예석학 교수로 위촉됐으며, 1주일 일정으로 지난 6일 방한했다.
에커트 교수는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과거사 진상 규명 추진 움직임에 대해 "선친의 과거를 문제 삼아 후손들에게까지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독일 나치 정부 심판때도 초점은 일부 수뇌부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추진 과정에서 공개적인 토론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현지 학생들의 한국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소개했다. 그는 “하바드대에서 처음 한국학을 가르칠 때는 수강생이 적었는데, 지금은 60~70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등 다른 강좌에 비해 학생 수가 2~3배 가량 많을 뿐 아니라 수강생의 80%가 한국과 무관한 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에커트 교수는 한국에 실제 거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연구해가는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 그가 쓴 ‘한국사의 과거와 현재’(Korea Old and New: A History)는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한국학 교과서로 쓰이고 있다. 그는 1969년 평화봉사단으로 입국해 8년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역동적인 발전상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미 워싱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85년부터 줄곧 하바드대에서 한국학 강의를 하고 있다. 93년 하버드대에 한국학 연구소를 처음으로 세웠으며 수십명의 한국학 박사가 이곳에서 배출됐다.
그는 “한국학이 지금까지는 조선시대 이후의 역사와 문화 위주로만 연구돼 왔지만 이제는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보여주듯이 고대사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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