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따갑지만 하늘과 바람은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 언저리에 들면 생각하는 추억 하나. 가족과 벌초 혹은 성묘를 가며 산소로 가는 도중에 바닥에 떨어져있던 알밤을 주인 몰래 주워 담던 일이다. 가을을 맞아 그 재미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알밤줍기 체험프로그램이 많다.
하늘이 무척이나 맑던 5일 오전 충남 공주시 정안면 인풍리 밤골농장(041-858-6420)의 알밤줍기 체험현장을 찾았다.
천안-공주간 고속도로 정안IC를 빠져나온 뒤 23번 국도를 따라 다시 천안방면으로 3㎞ 가량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밤골농장을 만난다. 농장입구에서 밤줍는 집게와 밤을 담을 그물자루를 하나씩 지급 받은 관광객들은 뒷산에 조성된 2만여평의 밤나무단지로 향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가량 된 아름드리 밤나무 밑은 나무에서 떨어진 햇밤으로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다.
“엄마, 여기 밤이 널렸어요.” “아빠, 여기도요.”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어린이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나름대로 실하고 알찬 밤을 고르는눈썰미도 여간이 아니다. 그 사이 밤나무에 달려있던 알밤들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투둑’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것을 피하려는 아이들의 재롱 또한 재미있다. 1시간 쯤 지나니 각자 가져온 그물망에 토실토실한 알밤이 가득하다.
엄마와 이모의 손에 이끌려 마지 못해 이 곳을 찾았다는 권아영(11)양은 “밤줍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난생 처음 숯불에도 구워먹었는데, 웬만한 과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며 좋아한다.
밤을 줍는 것은 마음대로이지만 공짜는 아니다. 자루에 가득 담은 밤을 가지고 농장을 내려온 뒤 가져갈 밤을 직접 고른다. 시중에서는 1㎏에 5,000원을 넘지만 이 곳에서는 3,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무게가 조금 더 나가도 애교섞인 말 한마디면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농장주 유재승씨는 “국내 밤의 10%가 공주에서 생산되며 이중 절반이 정안밤”이라며 “정안은 북으로 차령산맥, 남으로 금강을 끼고 있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후를 갖췄는데, 밤나무 생육조건에 딱 맞아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달다”고 설명했다.
밤줍기가 끝나면 참숯가마 찜질이 기다린다. 가마에 참나무를 넣고 불에 구워 참숯을 만들어 낸 뒤 가마의 온도가 적당히 식을 즈음에 사람들이 들어가 찜질을 즐긴다. 가마 내부의 황토에서 발생하는 원적외선이 인체의 노폐물을 빼준다.
몸에서 배출된 땀을 씻지 말고 그대로 말리면 하루종일 피부가 뽀송뽀송해진다고 한다. 땀복 대여료 포함 5,000원. 승우여행사(02-720-8311)가 마련한 알밤줍기 체험행사에 참여하면 밤골농장을 비롯, 광덕사와 외암마을 등 주변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공주=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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