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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기업에 청탁 안한다더니…/양정철 비서관 "8억 행사비 분담 전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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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기업에 청탁 안한다더니…/양정철 비서관 "8억 행사비 분담 전화" 논란

입력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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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관이 지난달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인 '디지털 방송 선포식'을 앞두고 대기업 임원에게 사실상 행사 비용 분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한 사실이 논란을 빚고 있다.첫째 논란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실제로 가전업체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이다. 대통령의 행사라는 이유로 기업의 의사에 반해 돈을 내도록 요구했다면 참여정부가 표방해온 탈(脫) 권위주의, 정경유착 거부 노선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행위가 된다.

두 번째는 양 비서관이 처음에는 관련 업체와의 통화 사실을 부인하다가 노 대통령의 질책을 들은 뒤 뒤늦게 통화가 이뤄졌었다고 시인하는 등 말 바꾸기를 했다는 점이 또 다른 도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파문은 3일 열린 디지털 방송 선포식에 산업자원부의 요청에 따라 노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비롯됐다. 행사를 주최한 방송위원회와 방송협회, 방송사, 산자부를 비롯한 3개 정부부처는 8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행사 비용을 마련하는 문제로 고심했다. 주최측인 산자부 등은 행사장에서 부스를 운영하게 되는 가전 3개 업체(삼성전자, LG전자, 이레전자) 등이 비용을 분담하기를 희망했으나 업체측은 난색을 표시했다. 특히 삼성측은 아테네 올림픽 마케팅에 전념한 상태였다. 그러나 산자부는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할 때 가전 업체들이 분담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양 비서관이 주장했다.

분담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양 비서관은 지난달 24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L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 비서관은 "갹출 문제가 단순히 분담금 문제가 아니므로 가전사의 행사 참석 여부, 부스 전시 행사가 제대로 이뤄질 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전화를 했다"며 "통화에서 분담금 내는 게 어려운지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 비서관의 전화가 압력인지 여부이다. 재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청와대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분담금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압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 비서관은 "행사 분담금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압력설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L부사장과 양 비서관이 통화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행사 분담금을 내라는 압력은 없었다고 공식 해명했다. LG 전자와 이레전자도 정부나 청와대의 압력설을 부인했다.

양 비서관은 지난 7월 국내언론비서관으로 재직 중 조선·동아일보 등의 행정수도 이전 정책 비판 기사를 겨냥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는 글을 써서 관심을 모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말바꾼 양비서관 / 盧대통령 질책받고 시인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7일 삼성그룹 L부사장에게 대통령 참석 행사의 비용 분담을 요청한 사실이 보도되자 처음 "초강경 대응하겠다"고 강력 부인하다 말을 바꿨다.

양 비서관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신문 '이데일리' 기자가 확인을 요청했을 때 "행사와 관련해 전화를 단 한 통도 한 사실이 없다.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낮 비용 분담 기사가 나가자 이 때는 "대기업 임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자리에 없어 메모를 남겨 놓았다. 회신이 오지 않아 통화를 하지 못했다"며 전화 건 사실만 인정했다.

그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뒤 오후 4시30분께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삼성 임원이 다음날 전화를 걸어와 통화했다"고 시인하고, 두 차례나 말을 바꾼 데 대해 사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삼성측에 전화를 걸었는가.

"출장 중에 비서관실의 담당 과장에게서 '가전사들이 행사 분담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한다"는 보고를 황망하게 받았다. 가전사들이 불참하게 돼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잘못 알았다. 행사의 중요 축을 이루는 가전사가 빠지면 행사 컨셉이 바뀌게 돼 주무 비서관으로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통화는 언제 됐나.

"다음날 회신 전화가 왔다. 행사 참여 여부와 분담금 문제를 확인했다. 최종 결과에 대한 통보 전화는 받지 못했다."

―분담금을 내라고 압박한 게 아니라는 것인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게 보는데,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서 얘기했다. 일상적인 업무 협의 차원의 전화로 이해했을 것이다. 결국 가전사들이 한푼도 내지 않았다. 개인 비리도 아니고 행사 비용을 고루 부담하자는 취지인데, 이 업체가 부담으로 느낄만 했다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가전업체의 분담 비용이 업체 당 3,4억원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방송사들이 분담한 정도다."

―다른 업체에는 전화하지 않았나.

"더 이상 없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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