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골프만큼 단 기간에 널리 퍼진 스포츠는 드물 것이다. 땅이 좁은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우리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않았다. ‘골프 망국론’까지 나올 정도였다.그런데도 골프를 친다는 것이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여서인지 골프 인구는 꾸준히 늘었다. 예전에는 생소했던 각종 골프 관련 용어들이 보통 사람들에게도 귀에 익을 정도가 됐다. 얼마 전 이정우 대통령 정책기획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골프를 ‘중산층 스포츠’라고 불렀다.■ 이헌재 경제 부총리는 7월 말 “현재 허가 받기 위해 대기 중인 230개 골프장 건립 신청 건을 4개월 안에 일괄 심사를 거쳐 조기 허용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골프장 수가 순식간에 2배 이상으로 늘게 된다. 결정판은 전라북도다. 부안 새만금지구에 18홀 정규 골프장 30개에 달하는 540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최대인 중국 선전에 있는 골프장보다 3배 크다.
■ 이들은 골프장 추가 건설이 필요한 이유로 골프장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들고 있다.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연간 10만 명이넘고, 매년 해외 골프로 유출되는 외화가 1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0년 전에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골프 치러 왔으나 최근에는 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 골프장을 많이 만들면 외화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 외국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고 세수 증대와 고용 창출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재정경제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골프장 건설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많다. 환경 파괴와 사회적 위화감 조성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경기 회복용으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은행들은 정부 방침대로 골프장이 추가 건설되면 공급이 넘칠 것이라며 골프장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골프장 추가 건설을 둘러싼 또 다른 ‘골프 게임’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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