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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D-10 /"장애는 넘어야할 벽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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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D-10 /"장애는 넘어야할 벽일뿐"

입력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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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란 말이 붙는다고 다를 건 없다. 훈련은 고되지만 표정은 밝다.6일 서울보훈병원 탁구장. 태극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손에 묶인 라켓이분주하다. 대부분 휠체어에 앉아있다는 점만 빼면 낮게 깔리는 드라이브와 강스매싱, 터져 나오는 함성까지 아테네 열기 그대로다. 땀띠 나도록 붕대를 묶은 까닭은 감각 없는 손이 라켓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올림픽이 끝났다고 하지만 이들은 또 다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10일앞으로 다가온 아테네장애인올림픽(17~28일). 13개 종목에 참가하는 한국선수단(127명)의 목표는 금 16, 은 10, 동 8개(종합12위)다. 시드니(2000)에선 종합9위였다. 이들의 땀방울은 ‘스포츠는 평등하다’는 대의를 증명했다.

운동이 천직은 아니었다. 불의의 사고로 얻은 장애였다. 재활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몸에 배고 재미가 붙었다. 좌절이 왜 없었겠는가. 무관심을 잊고 10년, 20년 한 길만 걸었더니 어느새 국가대표가 돼 있었다. ‘국가대표’란 사실이 장애의 아픔을 충분히 보상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기량을 묻지 않고 ‘그 과정’을 구비구비 묻는 사람들이 야속하다. ‘장애’란 수식어는 빼자.

탁구는 세계 최강이다. 휠체어 1체급의 이해곤(51) 선수는 남자 개인전 올림픽 5연패에 도전하다. 최경식(38ㆍ휠체어 4체급) 선수는 휠체어통합(1~5체급)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그는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엔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벼르고 있다. 김영건(20ㆍ휠체어 3체급) 선수는 대회 최연소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신궁의 나라답게 양궁 역시 6개 종목(모두 7개 종목)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여자 단체전은 올림픽 처녀 출전이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수가 없었기 때문. 2001년 양궁 박용석 감독이 휠체어를 이끌고 수소문해 선수를 모집했다. 첫 출전한 그 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한 이래 2연패를 일궜다. 고희숙선수는 하던 일을 접고, 이경희 선수는 24개월 된 딸을 맡기고 두 달 넘게 활시위만 당기고 있다.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이라도 따고 오는 날이면 “장하다”는 격려 대신 “사서 고생이냐, 포상금이 얼마냐”는 말이 돌아오곤 했다. 양궁 박 감독은“실력은 세계 최고지만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밑바닥”이라고 했다.

메달이 중요할 터인데 선수들은 짜맞춘 듯 한 목소리다. “정말 중요한 가치는 자부심과 자신감입니다. 결과는 노력한 만큼 나와요.” 그들은 11일 출국한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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