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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 '문을 부숴!'내달 31일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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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 '문을 부숴!'내달 31일 까지

입력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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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프로젝트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웹아티스트그룹‘장영혜중공업’의 개인전‘문을 부숴!(Bust Down The Doors!)’가 3일부터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삼성 자체가 타깃이 아니라, 현대사회 자본주의적 욕망의 질서를 비판했다하더라도 어쨌든 삼성을 씹은 작가의 개인전이 삼성이 운영하는 전시공간에서 마련됐다는 사실부터 화제를 모을 만하다.

장영혜중공업은 설치미술작가로 활동하던 장영혜와 중국계 미국인 마크 보주가 99년 결성했다. 이들은 플래시프로그램을 이용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나코체 텍스트에 자신들이 직접 선택하거나 작곡한 음악을 붙이는 웹작업을 내놓고 있는데,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고딕문자가 쏟아내는 서사적 스토리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권력, 욕망, 돈 따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무겁디 무거운 내용들이다.

99년 ‘삼성’을 발표한 이래 2000, 2001년 두차례 웹아트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웨비상(Webby Awards)을 수상했고,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파오! 파오! 파오!’라는 작품을 출품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들의 웹사이트(www.yhchang.com)에 발표한 웹작품‘문을 부숴!’를 3가지 버전의 비디오설치로 새롭게 구성했다. ‘문을 부숴!’의 텍스트는 어느날 갑자기 문을 부수고 쳐들어온 칩입자(들)에 의해 외진 곳에 끌려나가 총구 앞에 선 희생자가 죽음을 직면한 순간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가 물씬하다. 죽음이라는 극한상황에 몰린 인간의 감정을 묘사함으로써 집단에 의한 개인의 짓밟힘, 집단주의의 부조리한 광기 등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내가 잠든 사이 너희들은 문을 부서뜨리고/ 내 방에 달려들어 자고 있는나를/ 침대에서 끌어내어 내동댕이치고/ 속옷만 입은 나를 길 바깥으로 내몰고/ … 머지않아 너희들은/ 그곳에서 내 무릎을 꺾고/ 내 머리에 한발의총알을 날릴 텐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참 중요하기도 하지/ 내 삶이 걸린 만큼 절박하기도 하지./ 나는 너희들이 나를 침대로부터/ 잡아 끌어내기 전에/ 꾸던 꿈을 간절하게 기억해야 하는데…”

10대의 프로젝터로 구성된 강렬한 비트의 드럼 버전‘문을 부숴!’는 무리가 개인을 짓밟는 상황을 형상화했다. 여기서는‘우리(we)’로 규정된 다수의 군중이‘당신(you)’를 희생시키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1대의 대형 프로젝트로 보여주는 스트링(현악)버전의‘문을 부숴!’는 개인이 개인을 짓밟는 내용으로,‘당신(you)’이라는 한 사람이‘나(I)’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로댕의 조각 ‘지옥의 문’을 패러디, 컴퓨터 모니터가 부착된 인터넷냉장고 9대를 쌓아올린 작품에서 ‘그(he)’는 빅토리아라는 이름의‘여성’에게 죽음을 가한다.

인터넷냉장고 따위의 보급으로 가사노동 종사자도 부엌 같은 공간에서도 세상과 연결된다는 허상을 갖지만 실은 더욱 고립되고 가사노동에서 해방될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것에 대한 풍자다.

우혜수 삼성미술관 선임학예연구원은“디지털혁명에 따른 네트워크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점점 더 고립되는, 인터넷의 아이러니에 대한 패러디”라고 해석했다. 10월31일까지. (02)2259-7781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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