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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골프장 건설계획 봇물 득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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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골프장 건설계획 봇물 득실 논란

입력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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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월 "허가 대기중인 230개의 골프장 건립 신청건을 일괄심사해 조기 허용 하겠다"고 밝힌 이후 전국에서 골프장 건설 계획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전남도가 해외자본을 유치해 해남군에 총 108홀 규모의 골프리조트 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전북도는 새만금 간척지구에 세계 최대 규모인 총 540홀 골프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현대건설 등 민간 기업까지 가세하는 등 대규모 골프장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왜 대규모 골프장 증설인가

정부가 골프 리조트 건설 카드를 꺼낸 것은 불황 중에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는 골프업계를 발판으로 경기 부양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한 때 부동산 규제 완화를 검토했으나 '주택 가격 안정기조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반대에 부딪쳐 대안으로 골프장 건설쪽을 택했다. 18홀 골프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는 약 300억∼500억원(18홀 기준)에 달하는 공사 유발 효과가 나오는 데다,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해외 골프 여행객을 국내로 흡수해 국부 유출도 막겠다는 의도다. 뾰족한 경기 부양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이라는 이중 효과를 볼 수 있는 골프장 건설을 통해 경기 흐름의 숨통을 트겠다는 것이다.

골프장 규제 완화 잇따라

이헌재 부총리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발언이 나온 직후 골프장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달 초 골프장 250개가 조기 건설될 경우 공사단계에서 5만개, 완공 이후 4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돼 아반떼 승용차 45만대를 생산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건설 직접투자 수요 13조6,000억원을 포함해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총 27조2,000억원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정부는 골프장의 원활한 건설을 위해 전남도(해남)와 전북도(새만금)의 대규모 골프 리조트 건설을 지원키로 하는 한편 초지에 골프장 건설 허용, 미니골프장 건설 기준 완화 등의 잇단 후속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해 골프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적잖은 우려를 표시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백성준 연구위원은 "국내 골프 인구와 경제력을 감안할 때 과연 500개의 골프장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국토계획 및 자원배분 차원에서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10% 증가한 내장객 수가 올해는 신규 골프장이 11개나 생겼지만 증가율은 오히려 5%대로 떨어졌다"며 "정부 방침대로 골프장을 무더기로 허가할 경우 일본처럼 골프장 연쇄 도산이라는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골프 외유 실태/ 여행객 매년 2배 급증

정부는 우리나라 골프장이 인구 26만명당 1개꼴로 미국의 1만8,000명이나 일본의 5만300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이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외화가 골프여행으로 불필요하게 지출된다는 입장이다.

추정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정부와 주요 민간단체는 올해 골프 여행객은 최소 30만명에 달할 것이며, 이에 따라 6,000억원 가량의 외화가 유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골프여행객은 30만∼40만명으로, 2003년(약 10만∼15만명)에 비해 최소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경부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매년 수 십 만명이 해외 골프여행을 떠나 골프장 10개를 지을 수 있는 5,000억∼7,000억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들의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골프장 건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올해에만 골프객들이 해외에서 사용하는 돈이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골프장을 많이 지으면 이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려 연간 30억달러 상당의 여행수지 적자를 크게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외 골프여행객이 최근 3년간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골프여행객은 2001년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관세청이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8월까지 골프채를 갖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7만 2,482명인데, 이는 2002년 전체 숫자(5만8,811명)보다 23.2%나 늘어난 것이다.

국가별로는 2003년 출국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태국(26.9%)으로의 골프 여행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태국 다음으로는 중국(15.8%), 일본(15.3%), 미국(8.3%), 필리핀(7.6%), 인도네시아(2.9%), 말레이시아(2.6%) 등이 뒤를 이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골프장 사용료가 비싸고 부킹도 어렵기 때문에 해외 골프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 골프산업 현황과 전망

9,000만원대로 뚝 떨어진 평균 회원권 가격에 10만원 미만의 주말 입장료, 골프장마다 내건 각종 판촉 서비스.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골프장 대량 건설 발표 이후 부킹전쟁과 경비부담에 시달리는 골프애호가라면 누구나 떠올려 보았을 즐거운 상상이다.

흔들리는 회원권

실제로 이 부총리의 발언은 잔잔하던 회원권 시장에 예사롭지 않은 파문을 던졌다. 지난 5월 1억5,114만원에 이르던 전국 골프회원권 평균 가격은 최근 1억2,900만원대로 14% 가까이 하락했다.

경기침체와 함게 골프장 대량공급이 가져올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된 결과라는 것이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송용권 영업팀장의 설명이다.

골프장이 넘쳐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181개. 여기에 68개 골프장이 한창 공사 중이고 인허가를 받아놓고 착공에 들어갈 골프장도 13개에 이른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민간사업자나 지자체가 앞다퉈 추진 중인 190여개 골프장이 인허가가 난다면 4∼5년 후에는 골프장이 최대 450개로 불어나게 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늘어나는 골프인구를 감안해 분석한 2010년의 적정 골프장 수는 347개. 결국 100곳 정도의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200개 안팎의 골프장이 2010년까지 추가로 들어서면 회원권 가격은 34.8%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허가 도장만 800개

과연 골프장 러시가 이루어질까. 골프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골프장 인허가 과정은 그야말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환경부에서부터 농림부에 이르기까지 관계부처만 6∼7개로 800여 개에 이르는 인허가용 도장을 받아내는 데만 최소 2∼3년은 걸린다.

문제는 이들 법 조항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인데다 부처간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산지 경사도의 경우 건교부는 30도인 반면 산림청은 25도, 환경부는 20도로 제각각이다. 골프 인허가 과정을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이 심심찮게 불거지는 것도 이런 속사정에서 연유한다.

골프장 건설 붐은 기대난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대한 대폭 손질이 골프장 건설 붐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 수요의 70∼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우현 장원골프 대표는 "상수원 보호구역과 수도권 입지규제 같은 국토계획의 기본 틀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수익성에 맞는 수도권 골프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추진 중인 190개 골프장 중 90% 가까이가 지방에 몰려 있는 것도 이 때문.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이 중 당장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골프장은 얼마되지 않는 데다 설령 골프장을 짓는다 해도 취약한 수요기반과 과당 경쟁으로 일본과 같은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골프장 건설 관련 정부 발표와 관계자 발언

<7월 20일·이헌재 부총리>

"현재 허가 받기 위해 대기중인 230개의 골프장 건립 신청건을 4개월 안에 일괄심사를 거쳐 조기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7월 22일·강동석 건교부장관>

"해외로 나가는 골프 인구를 내수로 흡수하기 위해서 가능하다면 골프장을 2,000개까지 만들어도 문제 없다."

<8월 1일·재경부 발표>

"골프장 250개 인·허가를 조기에 내줄 경우 공사단계에서 5만개, 건설 이후에 4만개의 일자리가 생겨 아반떼 승용차 45만대 생산 효과와 맞먹는다."

<8월 6일·농림부>

"경제자유구역이나 지역특화발전지구에서 대체 초지 조성비를 인하해 골프장으로의 초지 전용을 용이하게 하겠다."

<8월 18일·건설교통부>

"골프장의 최소 홀수 기준을 폐지해 9홀 미만 골프장도 도시관리계획상 도시계획시설로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

<8월 31일·전북도>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정규홀 골프장 30개에 해당하는 540홀(800만평) 골프장을 연차적으로 건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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