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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신촌로 '아름다운 실버카페 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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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신촌로 '아름다운 실버카페 샤이닝'

입력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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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강대교 북단에서 신촌쪽으로 100m 남짓 가다보면 연녹색 차양을 두른 노점카페를 만난다. “거, 좀 꾹꾹 눌러 담아줘” 소리에 “밑지고 파는 장사가 어디 있어, 장사 하루이틀 해”라는 깍쟁이 대답이 입심좋게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정작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냉커피가 차고 넘칠 만큼부어지고 빈 용기를 가져오면 은근슬쩍 더 채워주기도 한다. 커피 디스펜서 외에 환타 사이다 같은 캔음료, 빵 몇 가지를 놓고 파는 간소한 카페이지만 인심만은 가을 들녘 햇살 만큼이나 넉넉하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이 지난달 9일 마포구 신촌로에 오픈한 ‘아름다운 실버카페 샤이닝’의 풍경이다.

샤이닝은 모든 운영을 노인들이 맡아하는 국내 최초의 실버카페다. 복지관이 위탁운영하는 노인 일자리사업의 하나로 6월 참가자 모집에 지원한 60여명의 노인 가운데 건강과 서비스정신 등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10명의 노인들이 하루 2교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카페는 오전 9시 아침근무조 노인들이 지하실에 있는 카페마차과 파라솔 탁자 의자 등을 꺼내 노점을 차리고 신촌에 있는 제휴 제과점에서 하루 150개 분량의 빵을 받아온 뒤 일주일에 한번씩 받는 각종 음료를 챙겨서 진열하는 것으로 영업준비를 마친다.

오전 10시가 정식 영업시작 시간이지만 부지런한 노인 단골손님들은 차양을 치기 무섭게 삼삼오오 둘러앉아 담소를 나눈다. 제과점 빵이 한 봉지에 500원, 냉커피 1,000원, 환타 500원 등 가격이 저렴해 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이 부담없이 즐기는 것은 물론 인근 직장인들도 오가며 “너무 싸다”고 반색한다.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서빙을 하는 노인들의 발걸음에 신바람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하루 4시간씩 서서 일하는 데 쉽지는 않지. 그렇지만 오가는 손님들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젊음과 추억을 함께 호흡하니까 힘든 줄도 몰라. 집사람이 피곤하게 그런데 왜 나가느냐고 막지만 몸이 좀 찌쁘둥해도 여기 나와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동년배들하고 함께 어울리면서 돈도 버니까.”(김동훈ㆍ70)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일하다가 99년 정년퇴직했는데, 자고나면 출근하던 사람이 막상 집에만 있으려니 죽겠더라고. 그래서 실버카페 직원 모집한다길래 한달음에 응시했지. 너무 재밌고 이젠 다 끝난 줄 알았던 경제활동을다시 하게돼 보람도 커요.”(탁순자ㆍ70)

실버카페는 정부가 추진중인 노인 일자리사업 중에서도 ‘시장형’으로 일반 공공근로나 공익형 사업과는 달리 수익창출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5개월간은 정부에서 근무자 1인당 2,000원의 시간급을 지원하지만 그 뒤부터는 자체 수익창출을 통해 근로수익을 확대해야 한다. 따라서 용돈벌이가 아닌 본격적인 경제활동이 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최대 목표다.

무더웠던 8월 내내 하루 매출 15만원을 상회하며 승승장구했던 실버카페는 이달 들어 매출실적이 다소 떨어졌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냉커피나 찬 캔음료만으로는 재미를 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 그래서 요즘 실버카페 직원들은 틈만 나면 겨울 비수기 장사를 위한 새로운 메뉴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바쁘다.

내달부터 따끈한 호빵을 새로 내놓기로 한 것이 우선 결정된 아이템. 그밖에도 군고구마를 내놓자, 호두과자는 없느냐고 찾는 손님들이 있더라, 호떡은 좋은데 기름이 튀겨 다칠 위험이 있으니 안된다, 불을 안쓰고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한다 등 갑론을박을 하다 보면 하루해도 짧다.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요. 욕심 같아서는 실버카페가 많이 자리잡아 체계적으로 음식을 공급해주는 전문업체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일단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메뉴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고 수익도 더 높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왜 카페는 젊은이들이 하는 걸로만 생각했을까요?우리들에게도 카페는 필요한데.”(홍준표ㆍ66)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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