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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국보법 폐지" 한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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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국보법 폐지" 한마디에…

입력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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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반대 "격랑"한나라당은 6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을 국가정체성 파괴라고 규정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의 연계의혹까지 제기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에서부터 '탄핵 대상'이라는 강도 높은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성토는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영남권 보수파들의 입을 통해 보다 직접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으로 재생산됐다.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근거로 댄 잣대는 정체성과 법치였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결정을 무시해 법치국가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논리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국보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고 상징"이라며 "국보법 폐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지지해 준 국민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커다란 구멍이 날 때 이를 지켜주길 바라고 있다"며 "이것이야 말로 한나라당의 존재이유"라고 강공을 주문했다. "지금쯤 탄핵을 했어야 하는데 지난 번에 너무 빨리 했다"(이규택 최고위원) 등의 발언도 속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보법 폐지 저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이 폐지법안을 낸다 해도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단상점거 등 실력저지에 나설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17대 첫 정기국회는 친일진상규명 등 과거사 논란에다 국보법 논쟁까지 겹쳐 파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국보법 폐지반대에 올인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특유의 편가르기를 통해 친노세력을 결집시켜 권력장악력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이 숨어있다"며 "아울러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보법과 관련해 제기돼온 다양한 논의들도 하나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폐지반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보법 개정이란 당론을 확정, 폐지론자들을 소수파로 고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도부가 "불고지죄 처벌조항 등 인권침해 조항을 수정하는 등 국민모두가 동의할 국보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임태희 대변인은 "국민 다수는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며 "국보법 폐지의 위험성을 폭로하면서 한편으로 국보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착실한 대응으로 다수의 국민여론을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국보법 개정조차 반대했던 강경보수파인 김용갑 의원도 이날 "당 지도부가 국보법 폐지를 저지한다면 개정에 동의한다"며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與 갈등 "잠잠"

열린우리당은 6일 국가보안법 개폐와 관련, '폐지'쪽으로 급격히 의견이 쏠리는 모습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5일 노무현 대통령의 폐지 발언 때문이다.

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본격 의견 수렴에 착수해 이달 중으로 당론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론은 '폐지'로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 단지 폐지 후 형법보완이냐, 대체입법이냐는 문제만 남아 있는 상태다. 개정론자들조차 "당론이 정해지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발 물러섰다.

지도부는 상임중앙위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며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부영 의장은 "세계인권연맹이나 유엔, 미 국무부까지도 국보법 폐지를 여러 번 지적했다"며 "남북 화해협력 시대의 한반도를 확인하는 작업이 국보법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국보법을 낡은 시대의 유물이라고 한데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국보법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채정 의원은 "갑론을박할 상황이 아니며 폐지 후 형법 보완으로 가야 한다"며 당론확정을 재촉했다.

임종석, 우원식 의원 등 '국보법 폐지 모임' 소속 의원들도 오후 모임을 갖고, 폐지 후 구체적인 형법 보완 방법과 절차를 논의했다. 우 의원은 "대체입법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형법 보완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형법 보완 작업을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영근 유재건 의원 등 당내 '국보법 개정 모임' 소속 의원 8명도 이날 조찬 모임을 가진 뒤 보도자료를 내고 "현 단계에서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그러나 당론이 폐지로 정해진다면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고 물러섰다. 이들은 이날 개정안을 당 정책위에 제출했다. 우리당은 이날 법사위원들에게 '폐지 후 형법보완', '폐지 후 대체입법', '개정' 등 세가지 안에 대해 연구를 해 당에 보고하도록 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국보법 "개·폐 스펙트럼"

국가보안법 개폐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최근까지 크게 '폐지 후 형법 보완'과 '전면개정', '부분개정' 등 세가지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가운데 명백하게 폐지 후 형법으로 보완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면개정론자들을 중심으로 '대체입법론'이 세를 얻는 모양새다.

국보법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반국가단체 규정(2조)을 포함, 처벌내용이 담긴 반국가단체 구성(3조), 찬양·고무(7조1항), 이적표현물(7조5항), 불고지(10조) 등이다. 2조의 유지 여부가 폐지론과 개정론을 나누지만 각 조항에 대한 입장에 따라 폐지론 내에서는 '완전폐지', '형법 보완', '대체입법' 등으로, 개정론 내에서는 '전면개정'과 '부분개정'으로 의견이 갈린다.

임종석 우원식 이상민 의원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내 다수의 흐름은 '폐지 후 형법 보완'이다. 2조를 포함해 논란이 되는 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대신 형법상의 내란죄·외환죄를 폭넓게 적용하거나 불법목적의 금품수수 등에 대한 양형 조정, 적극적인 변란 선전·선동행위 처벌규정 마련 등을 통해 국보법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우자는 주장이다.

양승조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우리당 40여명은 '전면개정'을 주장한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7,10조 등을 삭제하거나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악용 소지를 막되 2조의 경우 '정부 참칭'을 삭제해 조항 자체는 살림으로써 국보법의 기본틀은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의원 다수는 '부분개정' 쪽이다. 국보법의 핵심내용인 2,3조를 포함해 대다수 처벌규정을 유지하되 7조1항에서 '고무·찬양'은 삭제하고, 윤리문제가 제기된 10조의 경우에도 친인척에 대해서만 단서조항을 두자는 주장이다. 국보법의 골간을 흔들지 않은 채 지금까지 적용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일부 해결하자는 얘기다.

'대체입법'은 형식상 폐지론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전면개정에 가까워 개폐 논의의 절충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질서수호법' 등을 제정함으로써 국보법 자체는 폐지하지만 '정부 참칭'을 삭제한 반국가단체 규정은 유지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16대 때부터 당론으로 채택해왔고, 최근 우리당 내에서 이종걸 안영근 의원 등 전면개정론자들이 대체입법으로 기울고 있다. 임태희 대변인 등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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