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3년 9월7일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1세가 그리니치에서 태어났다. 1603년 졸(卒). 엘리자베스1세는 튜더 왕가의 마지막 군주다. 헨리8세와 그의 두 번째 왕비 앤 불린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5세에 이복언니 메리1세를 이어 즉위했다. 이 처녀 여왕은 영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1558년 즉위 직후 통일령(Act of Uniformity)을 반포해 국왕이 국가와 교회의 '유일 최고 통치자'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뒤, 도전 받지 않는 정치적·종교적 최고지도자로서 절대권력을 행사하면서 영국 제해권의 초석을 놓는 한편, 엄격한 신분질서와 기사도의 선양을 통해 이른바 '즐거운 잉글랜드'(Merry England)를 난숙의 단계로 이끌었다.해적이면서 국민적 영웅이었던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으로 유명한 재무관 토머스 그레셤이 엘리자베스1세 시대의 영국 군사력과 경제력을 상징한다면, 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드먼드 스펜서, 프랜시스 베이컨 등 많은 문인·학자들은 그의 치세 아래 영국이 뽐내던 문화의 힘을 상징한다. '엘리자베스조(朝)의'(Elizabethan)라는 수식어는 뒷날 문학·건축·연극·소네트 등 여러 장르의 예술 이름과 어울려 영국 문화사 텍스트의 표제어로 등재되면서, 엘리자베스1세 치하와 그 직후 영국이 누린 문화적 활력을 증명하고 있다.
엘리자베스조 문화 가운데서도 연극의 개화는 특히 두드러져, 당시의 런던은 그리스 황금시대의 아테네에 견주어지기도 한다. 유럽 최고의 시인 겸 극작가라 할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말로, 토머스 키드, 벤 존슨, 존 플레처, 토머스 미들턴, 제임스 셜리, 존 웹스터, 필립 매신저 등 수많은 스타 극작가들이 빛을 내뿜으며 엘리자베스조 연극의 아름답고 휘황한 성좌를 만들어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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