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 빚까지 모두 구제 대상으로 하는 개인회생제도가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고, 최근 운영을 시작한 ‘사금융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조금씩 성과를 거두면서 불법 고금리 사채 이용자들에게도 한 가닥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6일 한국대부소비자금융연합회(한대련)에 따르면 7월부터 사금융 채무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을 지원해주는 사금융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지금까지 160건 가량의 채무조정에 성공했다. 고금리 사채의 경우 통상 폭력 등 불법 추심을 동반하기 때문에 채무조정이 불가능할 것이라던 예단을 뒤엎은 것이다.
불법 고금리 사채 이용자는 그 동안 사각지대에 방치되다시피 했다. 지금까지의 신용 회복 프로그램은 배드뱅크, 개인워크아웃 등을 막론하고 모두가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자들에 초점을 맞춰 구제를 받더라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금융 빚은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의료 기사로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A씨. 지난해 말 아내가 자신 몰래 불법 사채업자에게서 아파트를 2순위 담보로 2,000만원의 빚을 내 친정집에 돈을 보내준 뒤 가정이 완전히 파탄 지경에 빠졌다. 사채 이자는 월 15% 가량.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갚기 위해 아내는 계속 사채를 끌어 썼고 급기야 빚은 1년 새 1억5,000만원까지 불어났다. 곳곳에 퍼져있는 사채 이용 건수는 35건에 달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A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사금융 채무조정위원회(02-3420-5637) 문을 두드렸다. 채무조정위원회는 35명의 사채업자를 일일이 만나 “불법 영업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갚을 능력이 안되니 양해해 달라”는 통사정도 했다. 그 결과, 연 66%를 초과하는 불법 이자는 물론 정상 이자와 원금 일부까지 탕감받는 데 성공했다.
개인회생제도의 시행 역시 과도한 사채 빚에 허덕이는 이들의 구제 기회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상 요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제도권 금융회사에 진 빚과 함께 대부업체 등 사금융 빚까지 모두 구제를 받을 수 있어 그 동안 소외됐던 사금융 이용자들이 신용 회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벌써부터 제도 시행 이전에 빚을 회수하려는 사금융업자들이 불법추심 활동을 강화하는 등 일시적인 부작용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대련 채무조정위 이경욱 위원은 “지금까지 고리 사채 이용자들은 빚이 늘어나면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자포자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사금융 빚에 허덕이는 이들에 대한 회생 지원 작업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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